전송하면 0원, 디스크 담으면 2억?…‘베를린 사례’ 보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산업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10여년 전 국내서 발생한 영화 산업과 관련한 과세 분쟁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의 국외 촬영본에 대한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다.
6일 관세 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내 배급사가 국외 영화를 전자적인 전송 방식으로 수입할 때 관세청은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부가세·10%)를 매기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자적 전송 방식으로 수입할 경우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세금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영화 제작사가 국외 현지 촬영분을 들여올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영화를 필름이나 하드디스크 등 형태가 존재하는 유체물로 수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식 통관 절차를 밟게 되면서 과세 대상이 된다. 이 역시 국내 제작사의 국외 촬영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1월 개봉해 716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베를린’이다.
베를린 제작사 외유내강은 2012년 4월부터 6월까지 독일과 라트비아에서 현지 제작사와 함께 촬영하고, 출국할 때 챙긴 하드디스크에 촬영분을 담아 국내로 들여왔다. 이에 서울세관은 제작사에 부가세 2억8600만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다. 입국 때 들고 온 하드디스크 자체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관세율 0%를 적용했으나, 국외 촬영분에 투입된 비용을 적용해 부가세를 매긴 것이다.
이 결정에 불복한 제작사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2015년 4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수입 당시 영상물이 들어있던 이 디스크는 ‘영상이 수록된’ 디스크로 봐야 한다”며 관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관세청 전직 고위관계자는 “유체물에는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고, 해외에서 촬영한 영상을 담은 필름, 하드디스크 등에는 현지에서 사용한 모든 비용이 체화돼 있다고 보는 것이 과세 원칙”이라고 말했다.
전자적 전송방식으로 영화를 수입할 경우 납부하는 세금이 전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 단계에서 관세청이 과세하지 않을뿐, 추후 국세청이 관련 기준에 따라 부가세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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