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만 나도 화들짝…포항지진 고위험군 16%

김현수 기자 2025. 5. 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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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트라우마센터 실태조사
응답 경험자 87% ‘불안’ 호소
정상생활 시민은 1.2% 그쳐

“불안하지. 7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 그런데 갈 데가 없으니 어쩌겠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에서 지난 4일 만난 60대 김모씨가 부서진 아파트 외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1월 국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지진과 2018년 2월 4.6 규모의 여진을 겪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로 서 있다. 아파트 입구마다 설치된 사고 방지용 철제구조물 위에는 아파트 외벽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 조각이 흩어져 있다.

이 아파트는 지진 발생 이후 정부 조사에서 ‘C’등급을 받았으나, 이후 포항지진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재조사를 통해 2021년 최종 ‘수리 불가’ 판단을 내렸다.

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의 ‘포항지진 경험자(고위험군)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523명 중 15.7%(104명)는 여전히 고위험군(5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험군은 직업·사회적 기능 손상이 명백해 정신과 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약물치료를 고려할 만한 명백한 증상이 있고 그에 따른 기능 손상이 있는 4단계도 22.1%(146명)였다. 조사 대상자 전체의 37.8%가 여전히 위험 상태인 것이다. 경미하지만 분명한 증상이 있는 3단계와 병리적 의심이 있는 2단계는 각각 34%(225명), 6%(40명)로 집계됐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상생활을 하는 시민은 1.2%인 단 8명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2019~2022년 센터에 등록된 상담자 중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662명이다. 센터는 사망·이사 등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 139명을 제외한 523명을 추적해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했다.

정신적인 어려움으로는 ‘불안’이 86.6%를 차지했다. 이어 예민해짐(76.8%), 불면(74.6%), 우울(59.2%) 순이었다. 특히 지진 이후 ‘자살사고’를 경험한 사람도 32명(17.8%)으로 집계됐다.

포항트라우마센터장을 지낸 양만재 박사는 “고위험군은 계속 고통을 받으며 아직도 약을 먹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진으로 건물이 반쯤 파괴됐지만, 실질적 보상을 받지 못해 공실·이자 비용 등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포항시민 대부분이 ‘쿵’ 하는 소리가 나면 불안감을 느끼는 등 지진 피해가 잠재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에서는 2017년 11월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11일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 5만여명이 국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1인당 200만~300만원씩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3일이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49만9881명으로, 2017년 11월 기준 포항시 인구 96%에 달한다.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배상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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