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에 움츠러든 공교육…업체에 학사관리까지 위탁

김송이·김원진 기자 2025. 5. 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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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짜기·성적 입력 등 맡겨…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판매
업체들 ‘교사 부담 경감’ 내세워 영업…학생 정보 유출 우려

올해 1학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일부 학교들이 사설 업체에 돈을 주고 일부 학사관리 및 행정 업무를 위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확대됐지만 그만큼 이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 및 수업 관련 업무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사설 업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어 교육 당국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달 학사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A사와 43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울산 남구의 한 고등학교도 지난 3월 ‘2025학년도 교과교실제 운영’을 위해 A사에 연간 이용료 396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A사는 출결관리, 성적 입력, 생활기록부 작성을 디지털화하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출결 자동화 필요성이 증가했다며 자동 출결관리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로, 1학기부터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됐다. 대학은 학생마다 이수 학점과 과목이 제각각이고 자율적으로 공강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고교학점제에선 학생들의 수업 시수를 맞춰야 하는 데다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와 강의실 수가 한정적인 이유 등으로 공강을 마음대로 편성할 수도 없다. 학생들의 선택과목이 다양해질수록 반을 편성하거나 시간표를 짤 때, 출결관리 등에서 고려사항이 많아지는 것이다.

사설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늘어난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줄여준다는 것을 영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작게는 교과서 배분 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부터 학생 대상 고교학점제 연수 지도를 대신해준다는 업체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 부천시의 14년차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 대상 고교학점제 연수 프로그램을 강사들이 제공해주겠다는 업체 홍보 전화가 학교로 부쩍 많이 온다”며 “그런 프로그램은 10개 반 기준으로 하루 3시간 진행할 때 5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직접 연수를 받아서 학생들한테 안내할 여력이 없다 보니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최소성취수준 보충지도까지 대행해준다는 업체도 생겨났다. B사는 “과목별로 최소성취수준 보충지도에 필요한 콘텐츠와 학습시간 데이터까지 대시보드에서 한눈에 확인된다”며 “보충지도 가능 전 과목을 구비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선 과목마다 출석률 3분의 2 이상과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만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성취율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교사가 추가 보충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

문제는 사설 업체들의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투명하게 형성됐는지도 알기 어렵다. 수강신청 기능 등을 제공하는 C사는 당초 연간 70만원대로 가격을 제시했지만 해지 후 재계약할 경우 금액이 3배로 늘어난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의 성적이나 생기부 정보가 사설 업체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인천의 15년차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교육과정 업무를 더욱 맡기 꺼리는 모습이 보인다”며 “업무로 힘들어하니 사설 업체를 우선 쓰고 있지만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업체에서 잘 관리하길 바랄 뿐 크게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송이·김원진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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