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구 대부분 계단·턱 여전… 장애아동엔 ‘그림의 떡’ [심층기획-놀이터 불평등]
장애·비장애 경계 허문 놀이공간 표방
2023년 전국에 31곳… 전체 0.03% 불과
그마저도 휠체어 사용 아동 이용 힘들어
이용자 대다수 비장애… 시설 취지 무색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장애아동 배제
설치 기준 따로 없고 주무부처 불분명
美 ‘제이크법’ 시설 장려 인센티브 등
해외에선 지원 활발… 본보기 삼아야
어린이날인 5일, 서울 노원구 ‘노해체육공원 통합놀이터’. 노란색 탄성포장재로 깔린 바닥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한쪽에선 형형색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오르내리고, 다른 쪽에선 그네를 타며 신이 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꿈틀꿈틀 놀이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국 최초의 통합놀이터로 알려진 이곳에서도 어린이날 장애아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놀이기구들을 살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부 그네는 등받이와 안전벨트가 설치돼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아동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설은 장애아가 접근하기엔 한계가 컸다. 그물쉼터는 그물을 잡고 꼭대기로 올라가는 구조인데, 진입 지점에 턱이 있어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심지어 모래놀이장조차 진입로에 작은 턱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다.

◆법·제도 장벽, ‘통합’을 가로막다
“모든 아동은 장애 유무나 장애 정도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놀 권리를 가진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이렇게 장애아동의 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통합놀이터 설치에 공을 들여왔다.

2023년 10월 행정안전부와 산자부는 ‘휠체어 그네’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놀이터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통합놀이터 설치를 위해 시민단체가 10년 가까이 요구해온 사항이 뒤늦게 일부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휠체어 그네 외 다양한 감각 통합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기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행안부와 산자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는 “놀이기구는 산자부 소관 법령에 따른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이면 설치 가능하다”며 산자부가 인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자부는 “장애아동 놀이시설은 주문 제작 형태로 획일화된 안전기준 적용이 어렵다”며 행안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통합놀이터 설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뉴저지주의 ‘제이크법’은 주목할 만하다. 2018년 제정된 이 법은 통합놀이시설 설치 시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기술 표준까지 제시했다.
이 법에 따르면 통합놀이시설은 바퀴 달린 이동장치 사용자가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단일표면을 사용해야 하며, 놀이구조물의 높이 있는 요소 중 최소 50%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독일은 별도 법규는 없지만, ‘장애인 평등법’을 통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명시하고 이를 생활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장애인 평등권, 기회, 참여 및 시민권을 위한 법률’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 복지 서비스 및 모든 공공시설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 법은 물리적 장애뿐 아니라 감각적, 정신적, 인지적, 지적 장애 등 모든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접근성을 규정하고 있어 놀이시설 설계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예림·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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