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갈등과 분열 넘어 이젠 치유의 시간
통계청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위험수위를 넘어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77.5%), 빈곤층과 중상층(74.8%), 근로자와 고용주(66.4%), 수도권과 지방(58.6%), 노인층과 젊은층(58.3%), 종교 간(51.8%), 남자와 여자(51.7%) 등의 사회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까지 40%대 초반이던 종교 간, 남녀 간 갈등마저 심각성 인식률이 급증해 50%를 웃돌았다. 정치·소득·노사·지역·세대·종교·성별 등의 갈등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응답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긴 보수와 진보 갈등의 인식률 77.5%는 지난해 8~9월 조사한 수치였음을 감안할 때, 탄핵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 다시 조사한다면 그 결과는 훨씬 더 충격적인 수치가 될 수도 있다.
사회갈등지수의 국제비교에서도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55.1점으로 G5 국가인 프랑스(25.8점)·독일(29.8점)·영국(41.4점)·미국(43.5점)·일본(46.6점)보다 높고, 멕시코(69.0점)·이스라엘(56.5점)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반해 갈등관리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7위로 나타났다. 이는 멕시코(30위)·그리스(29위)·헝가리(28위)에 이어 낮은 순위다. 갈등지수는 높을수록 갈등의 정도가 크고, 갈등관리지수는 순위가 낮을수록 갈등관리가 안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연적인 면도 있다. 갈등이 없으면 사회는 퇴보하거나 획일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의 정도가 관리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면 함께 멸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처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침체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내수 위축으로 경기가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나가던 분야는 추월당하고, 첨단 분야는 멀찍이 뒤처졌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DCDR)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적 갈등 비용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232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회적 갈등이 우리 경제에 엄청나게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던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국민 통합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재도약의 길을 열어야만 한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한 선진국들의 선례에는 갈등 조정과 국론 통합에 극적인 사회적 합의가 어김없이 등장했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빚어지는 갈등 양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심화해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극에 달해 국민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지층에 얽매여 진영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국민 통합의 가장 큰 저해 요인이다.
보수와 진보는 어느 한쪽이 좋고 나쁘거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모두 장단점이 있다. 어느 진영이나 고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상대 진영으로부터 보완해야 한다. 싸우는 적이 아니라 동행하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며 합의를 도출하고 국민을 화합시켜야 한다.
생각이 서로 달라도 만나고, 대화하고,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갈등과 분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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