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 돈을... 아이돌 부르는데 수억 쓴 지역 국립대

5월 전국 대학들이 봄맞이 축제를 여는 가운데 올해 지역 국립대들이 ‘최정상급 아이돌’을 축제에 부르기 위해 수억 원을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일부 지역 국립대를 집중 지원하자,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이 대학들이 돈을 방만하게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대는 오는 28~30일 열리는 학교 축제 ‘대동제’를 준비하기 위해 조달청에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며 사업비를 3억3000만원으로 잡았다. 대학에서 축제 한 번에 3억원 넘는 돈을 쓰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축제 비용이 높은 건 이른바 ‘최정상급 아이돌’을 섭외하기 위해서다. 부산대는 입찰 공고에서 ‘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를 용역 업체 선정 조건으로 걸었다. 요즘 유명 아이돌은 학교 축제에서 20~30분 공연하고 공연비 3000만~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비용 대부분이 아이돌 공연비란 뜻이다.

국립대들은 그간 축제에 유명 연예인을 부르기보다 학생과 교직원, 지역 예술 단체 등이 주도해 축제를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학교는 작년 3억300만원을 축제에 쓰며 ‘뉴진스’ ‘여자아이들’ ‘지코’ 등 유명 아이돌을 불러모았다. 2023년 축제 비용(1억5000만원)보다 배 이상 쓴 것이다. 올해 주요 사립대들의 축제 비용은 부산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컨대 올해 5월 열리는 울산대와 경희대의 축제 비용은 각 1억5000만원이다.
다른 지역 국립대들도 최근 축제 투입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립순천대는 28~29일 열리는 축제 사업비로 1억7950만원을 쓴다고 최근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이 학교 대학회계에 따르면, 축제 운영비는 2023년 4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작년 1억500만원을 들여 ‘에이핑크’ ‘멜로망스’ 같은 유명 아이돌을 축제에 불렀다. 순천대는 올해 입찰 공고에서 ‘최정상급·정상급 아티스트 각 2~3팀 이상 섭외’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요즘 큰 인기를 끄는 아이브, 르세라핌 등이 ‘최정상급 아이돌’에 해당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합쳐져 올해 3월 통합 대학으로 출범한 국립경국대도 오는 21~22일 여는 첫 축제에 ‘연예인 최정상급 2팀, 정상급 4팀’을 섭외하겠다며 1억6000만원을 쓸 계획이다. 국립부경대도 오는 27~29일 열리는 봄 축제 사업비로 1억9090만원을 배정했다. 이처럼 지역 국립대들이 아이돌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자,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된 좌석표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7만~8만원에 암표로 팔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대학들이 대규모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고 곳간이 넉넉해지자 선심성으로 학교 축제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축제 예산을 대폭 늘린 부산대·순천대·경국대 모두 2023년 말 혁신하는 지방대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정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국립대 총장이 ‘표(票)퓰리즘’으로 대학 축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대는 작년 5월 차정인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학교 축제 예산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차 전 총장은 올해 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지역 국립대들은 “지역의 문화 소외가 갈수록 심화하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거점 국립대로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문화 공연을 축제를 통해서라도 즐길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에서 먼 지역까지 연예인들을 부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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