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조원 예산 중 0.1%만 …선관위 정책선거 ‘실종’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공약 수집엔 230억 투입되지만
낙선자 기록은 선거 끝나면 증발
찾기 힘든 정책선거 예산
‘정책선거’ 전면 내세운 사업 없어
5년치 예산 각목명세서 전수 검토
매니페스토 사업 94개 어렵게 확인
선관위 “별개 사업 아니라서…” 변명
말로만 ‘정책공약 알린다’
당선인 임기 끝나면 공약들 비공개
홈피 개편하면서 과거공약 사라져
정책공약 관리·개발·검증 모두 부실
“공약 정보 제공 등 상시기구 설치를”
3조원의 0.1%.

이를 통해 지난 네 번의 전국단위 선거(제20대 대통령선거, 제20·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선관위 전체 예산 3조2518억원 가운데 대통령·국회의원·전국동시지방선거에 배정된 공직선거관리예산은 총 8113억원이었다. 이 중 각 선거 때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에 쓴 예산은 고작 24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정책선거’ 사업 없어… 내용도 알기 어려워
예산은 크게 사업과 사업활동내역으로 구성된다. 사업은 단위사업, 세부사업 순으로 세분화되지만, 가독성을 위해 기사에서는 사업으로 통칭했다. 정책선거 사업은 세부사업 수준으로도 추진되지 않고 있다. 또 사업활동내역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진행하는 활동을 뜻한다. 정식 명칭은 ‘목’, ‘세목’ 등이지만 이해를 위해 활동내역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교통비’가 사업이라면 ‘지하철 요금’, ‘버스 요금’은 활동내역이다. 사업이 편성돼야 사업 단위로 예산이 편성되고, 여러 사업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19대 대선 사업설명 자료를 보면, 대통령선거관리 사업에서 정책선거 내역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선거 정착을 위해 후보자의 정책공략 수립을 지원하고 유권자에게 정책선거를 홍보하기 위한 것임’이 설명의 전부다. 예산을 어떻게 쓰고 있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책선거 사업이 없는 대신, 선관위는 공직선거관리 사업 하위에 사업활동내역으로 정책선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책선거가 하나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여러 사업 하위에 (사업활동내역으로) 각각 나뉘어 편성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선거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교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궁색하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가 하나의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다는 건 선관위가 이를 주요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선관위의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올바른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선관위가 의욕적으로 진행할 만한 사업인데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사업 활동 내역을 찾아보려면 선관위에 따로 각목명세서를 정보공개 청구해야 한다. 이후 정책선거 키워드를 하나하나 찾는 수밖에 없다. 선관위의 예산 사용이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취재팀이 정책선거 활동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선관위 관계자는 “(정책선거 사업이 따로 없어) 각목명세서에서만 정책선거 활동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키워드를 검색해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목명세서엔 사업활동내역과 예산액, 경비 내용, 예산 배정 인원 및 기간 등 예산 기초 내용만 나와 있다. 이후 선관위에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 사업 내역을 알 수 있는 추가 자료가 있다면 보내 달라고 했지만, 자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취재팀은 이에 따라 사업활동내역으로 이뤄지는 정책선거 활동을 찾기 위해 선관위에 정보공개를 통해 각목명세서를 입수했다. 명세서에서 ‘정책선거 추진’, ‘정책선거 홍보’로 분류됐거나 ‘정책선거’ 이름이 붙은 사업활동내역을 검색한 뒤 이를 협의의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 예산’으로 분류해 계산했다.
취재팀이 받은 5년치 각목명세서 1057쪽을 검토한 결과 ‘정책선거’라는 이름을 단 사업 내역 중 정책을 개발하는 데 배정된 예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인터넷 배너 광고, 홍보영상 제작 등 홍보나 업무협의회 비용에 그쳤다.
선거가 있는 해에 진행한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 사업 내역 94개 중 7개(7.5%)만 정책공약 개발과 관련된 내역이다. ‘정책공약 등 개발지원 자료수집’,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활동 구축’, ‘정책의제 등 개발용역비’, ‘정책 공약 비교분석’ 등을 개발 내역으로 분류했다. 여기에 쓴 비용은 3억6694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6·3대선을 위해 약 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지난달 8일 정부는 조기 대선 선거경비로 3957억원을 심의·의결했다. 여기에 각 후보자와 정당에 지급될 선거보전금이 추가되면 예산은 더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선거보전금을 포함해 4949억원이 사용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선 4210억원이 소요됐다.

하나의 사업으로서 ‘정책선거’가 없고 사업활동내역으로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정책선거의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예를 들면, 선관위는 지난 5년간 선거 공약을 수집하는 ‘선거정보 및 기록물관리’ 사업에 229억12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공약 관리는 부실하게 이뤄져 수집된 많은 공약들이 사라지고 있다. 선관위는 당선인 공약만 공개하고, 낙선자의 기록은 선거만 끝나면 홈페이지 등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마저도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정책 및 공약 기록은 제22대 총선, 제8회 지방선거,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전부였다. 선관위는 “재임 중인 당선인에 한해 임기 중 공약을 공개하고 있으며, 임기가 종료된 이전 선거 당선인의 공약은 비공개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선관위는 국민이 공약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겠다며 3년 전 9400만원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2022년도 세입세출예산 각목명세서’를 보면,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 기능 개선 및 고도화로 6400만원, 성능 진단으로 3000만원을 썼다.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이용자 편의성 및 접근성 제고를 위해’ 사이트를 개편했다고 설명했지만 과거 공약만 사라졌다.
선관위는 공약을 챙길 의무가 있다. 선관위가 쓴 사업설명자료를 살펴보면, 선거정보 및 기록물관리 사업의 목적은 기록물을 수집·관리·보존·활용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제6조)에 따라 선관위는 2005년부터 기록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2006년부터 주요기록물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왔다. 선관위가 20년 동안 기록물관리에 예산을 배정해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정작 국민은 공약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관위의 공약 관리 부실 문제를 예산 부족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더 적은 예산으로 주목도가 높은 여론조사 결과는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선거가 있던 해에 여론조사심의 사업에 쓴 돈은 8억7200만원이다. 정책선거 예산(24억80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2억7200만원, 2022년 3억원, 2024년 3억원을 썼다. 선관위가 보관 중인 20대 여론조사 건수만 1131건에 이른다. 표본 크기부터 조사방법, 결과, 질문지, 분석자료까지 상세하게 보존돼 있다.
서 전 원장은 선관위의 정책선거 운동이 20년 전에 비해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선관위의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 활동은 처음 도입했던 2006년보다 더 축소됐다”며 “과거엔 정당정책지원팀이 정책선거 및 매니페스토 사업을 맡았는데, 언제부턴가 팀 하위 조직인 ‘계’로 줄어들더니 점점 작아졌다. 담당 조직이 작아지니 예산이 줄고 사업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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