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누가 이들을 보호하는가?

기호일보 2025. 5.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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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여성가족부는 '2024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이 조사는 국내 거주 만 9~18세 청소년 중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보호관찰소 등의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을 이용 및 입소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4천627명을 대상으로 생활 경험, 위기상황 경험, 심리적 어려움 등을 살펴보며 2024년에는 고립·은둔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조사 결과 고립감, 외로움 등 위기청소년의 심리적 불안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응답자 중 28%가 가출 경험이 있으며, 주된 원인은 갈등 및 폭력과 같은 가족 내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경험 위기청소년 중 40% 이상이 부모 혹은 보호자에게서 신체폭력, 언어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또 청소년이 가정 내 어려움뿐 아니라 온라인상 인권침해, 성폭력, 스토킹 등 다양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받고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토대로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대상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이들은 10여 년 전 전체 학생의 1%에 불과했으나 2024년 3.8%로 늘어났고, 공교육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청소년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들의 원활한 한국생활 적응 및 학교생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마련되고 있다. 

이들의 교육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하면서 이런 지원체계 마련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또 여전히 이들은 사회적 관심의 테두리 밖에 존재한다. 보호자가 사망하고 임시 보호자였던 친족에게 성폭력 등을 당한 청소년, 부의 지속적인 성추행으로 집을 나올 수밖에 없는 청소년, 계부의 성폭력으로 가정에서 분리 조치된 청소년, 엄마의 폭력을 피하고자 가정을 떠난 청소년, 부모님의 이혼 후 모의 남자친구에게서 인신매매를 당한 청소년…. 깊은 상처와 상흔으로 얼룩진 우리 청소년과 삶, 그리고 이들의 회복을 위해 현장 전문가들은 힘을 모아 지원하고 보호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정책과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위기가족과 청소년, 폭력 등에 관해 다양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청소년복지 지원법' 등에 따르면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배경 청소년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해당 법령 모두 외국인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피해자의 정의와 지원시설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 지원을 위한 제도 및 시설은 주로 성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호자 동반 입소가 아닌 청소년 단독 입소 및 지원이 필요한 경우 사실적 지원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 

전국에 33곳밖에 없는 이주여성쉼터는 국내 거주 폭력피해 성인 여성만을 지원하기에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며, 더구나 청소년 보호기관이 아니라는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다. 즉, 이들의 학업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과 지원의 정책적 근거도 부재하며 이주여성쉼터 내 보호자 없이 단독 입소 가능 여부 역시 사례마다, 지자체 및 정부 부처의 해석에 따라 매번 다르다. 또 이주여성쉼터 내 보호 기간은 최대 2년으로 14세에 입소한 청소년은 16세가 되는 시점에 갈 곳 없이 세상에 홀로 던져져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가정폭력 피해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쉼터, 청소년자립지원관, 가정폭력보호시설,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 아동쉼터 등은 주로 한국 국적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주배경 가족,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마주하는 다양한 현장에서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여전히 허공에 흩어지는 울림으로만 남아 있다. 이에 다시 한번 외친다. "외면하지 마세요! 지켜주세요! 우리 청소년입니다!!" 하루빨리 인천시가 응답해 주길 바란다.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응답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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