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니, 부산연극 새 길이 열렸죠”
- 부산 예술인 선정은 이번이 처음
- 뉴욕극장 협업 현지 공연도 예정
“연극을 계속하려면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 건가 고민도 많았죠. 그런데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렸더니 길이 열리더라고요.”

최근 부산 연극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역 청년 극단 ‘아이컨택’이 올해 ‘에든버러 모멘텀 프로그램’에 참가할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 선정됐다는 낭보였다. 매년 8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각국 공연예술 전문가를 에든버러 축제 기간에 초청하는 예술인 교류 행사이다. 페스티벌 에든버러와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영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3년부터 매년 1, 2명씩 사절단을 선발해 파견하고 있는데, 부산의 예술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단을 이끄는 양승민(33) 대표는 “선정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최근 수출과 공동제작 등 해외 활동이 많았던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컨택은 2017년 부산 연극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극단이다. 창단 이듬해 선보인 연극 ‘필라멘트’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네트워킹페스티벌 대상과 ‘제39회 부산연극제’ 대상·연출상·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2020년 제작한 연극 ‘마지막 배우’로 ‘제10회 서울미래연극제’ 대상을 받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지역에서 극단 활동을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1~2편의 연극 제작을 돕는 데 그쳐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기엔 역부족이었고, 어렵게 공연을 무대에 올려도 관객은 공연장을 찾아주지 않았다.
아이컨택 박용희(33) 상임 연출은 “부산에는 연극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10~20년 뒤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며 “단원들 사이에서도 서울로 올라갈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가 꽤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심에 빠진 이들이 주목한 것은 서울이 아닌 해외였다. 지난해 6월 양 대표와 박 상임 연출이 루마니아 시비우 연극제 현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양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실험적인 작품도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걸 보며, 해외 무대에 진출한다면 작품성과 자생력을 함께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은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2회 BPAM’ 쇼케이스를 통해 ‘룸메이트: 스파이크’와 ‘틀에디션: 일장춘몽’ 무대를 선보여 국내외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룸메이트: 스파이크’는 웨스트엔드 제작사와 대본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성과를, ‘틀에디션: 일장춘몽’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의 연극제로부터 초청을 받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뉴욕을 대표하는 실험극장 ‘라 마마’과 함께 새로운 공연을 공동 제작하고 있다. 현재 대본을 개발하고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내년과 내후년 각각 부산과 뉴욕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 6~7월에는 불가리아 소피아 이반 바조프 국립극장과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 연극제(FITS), 폴란드 크라쿠프 울리차 축제 등에서 ‘틀에디션: 일장춘몽’ 투어 공연을 선보인다. 양 대표는 “부산 아니면 서울이라는 선입견을 깼더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해외 무대를 활로로 삼아 새로운 형태의 극단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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