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 공직자 어깨 무겁다




안보·통상 전쟁 대응할 대한민국 사령탑 부재 글로벌 불확실 속 대외신뢰도까지 하락 우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공직자 역할 기대 추경으로 민생 틔우고, 대선관리 흔들림 없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국회 탄핵에 맞서 자진 사퇴하면서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민주주의 최후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앞으로 조기 대선까지 28일 동안 국정 서열 4위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대대대행' 체제가 이어진다. 이 대행은 군 통수권자로서 안보는 물론 경제사령탑으로서 '통상전쟁'의 최일선에 섰다.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것을 넘어 대선 관리까지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당장 정부의 주요정책을 논의하는 국무회의의 정족수 미달 논란이 터져 나왔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해야 하고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한 대행을 제외한 국무위원은 정족수 15명으로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국무위원 19명 중 국방부 등 4명의 장관이 물러난 탓이다. 최 전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국무위원은 14명이 됐고 이로써 헌법상 구성 요건에 미달하게 됐다.
다만, 정부는 국무위원이 15명 이상이어야 국무회의가 구성된다는 해석이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논란이 커지자 "회의 개의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재적위원'이 아닌 전체 '구성원' 중 11명 이상이 의사정족수라는 논리다. 하지만 야권이 장관에 대한 추가 탄핵에 나설 경우 의사정족수 미달로 법안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더불어민주당은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관철, 정부의 법안 거부권 행사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권 행을 탄탄대로로 만들게 된다. 무정부 상태가 현실화될지 모르는 '웃픈' 가정이다.
국무회의 논란 속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된 이 부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모습은 국민이나 공직자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1년 넘게 의대생 증원 대응에 매달려온 그다. 이 대행은 "북한이 어떠한 도발 책동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는 대비 자세를 유지하기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안보 사령탑이 부재 중인 가운데 의지만으로 국방과 외교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이 대행이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만큼 경험이 적지 않다고는 해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 트럼프 2기가 출범한 뒤 글로벌 외교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밀월에 나설 태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7~10일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식이 주목된다. 중·러 밀착과 북·중·러 3각 연대가 어느 수준일지 보여주게 되는 자리다. 전승절에 불참하는 김정은 위원장도 조만간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 안보의 긴장지수를 높이고 있다.
안 그래도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으로 인해 외교·안보 관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관세전쟁과 맞물려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추진되면 한국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선거 때 단골 메뉴인 '북의 도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대통령 '대대대행' 체제에서 효과적인 대비책이 마련되길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일지 모른다. 국가적 경사인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계약 체결식에 장관급이 참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외신인도에도 여파가 있을지 걱정스럽다.
글로벌 통상전쟁 속에 활로를 찾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온전한 정부가 총력전을 펼쳐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미션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선봉에 섰던 한 대행과 최 부총리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리더십 공백 상태가 됐다.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이 그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해야 할 처지다.
더구나 내수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역성장을 걱정하고 있는 판이다. 통상전쟁의 컨트롤타워를 잃은 우리로선 미국의 속도전에 휘둘리지 않는 게 관건이다. 일본이나 인도의 전략을 참고로 하되 시간을 최대한 끌며 협상의 기본 틀을 잡고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겠다.
공직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대선까지 남은 28일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시기다. 국정 현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행정부는 12·3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잇단 장관 탄핵, 조기 대선 결정, 유세전 본격화 등으로 정신 줄을 잡기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루아침에 이 대행을 보좌하게 된 교육부는 최 대행 사례를 들여다보는 등 매뉴얼을 뒤져가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부랴부랴 '권한대행 업부지원단'을 꾸리고 총리실과 와교부 등에 SOS를 쳤다. 교육 당국의 한 고위공직자는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다"라면서도 "직분을 다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댈 곳은 많지 않다. 의회권력이 행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사법권력까지 위협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공직자들에게 무한 헌신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스런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가 된 행정부가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위기 때마다 '선산 지키는 굽은 나무' 역할을 해온 게 공무원들이다.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었다고는 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한 경제에 온기 불어넣기, 엄정한 선거 관리만큼은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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