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배경 옛 광주적십자병원…연휴 간 방문객 줄이어
1층 응급실·복도·뒷마당 등 개방
어린이날 가족 단위 방문객 ‘눈길’
자녀들에 ‘광주 공동체정신’ 교육

"1980년 광주시민들의 연대정신을 몸소 느끼고 갑니다."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 기념일까지 2주가 채 남지 않은 지난 5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의 옛 광주적십자병원.
부처님 오신날을 포함한 연휴기간인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이곳에는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려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병원 수간호사로 근무했던 박미애 씨의 증언이 담긴 영상과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던 이창성 씨가 촬영한 헌혈자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급박했던 병원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영안실을 비롯한 건물 뒷마당에는 적십자병원의 향후 활용방안을 묻는 참여형 전시 콘텐츠가 마련돼 관람객들과 병원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장도 준비돼 눈길을 끌었다.
1965년에 지어진 해당 건물은 1996년부터 서남대학교병원으로 운영되다 2014년 폐쇄됐으나, 이달 3일부터 11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에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물론, 광주와 멀리 떨어진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어린이날임에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역사 공부를 위해 이곳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거주하는 김동호(45) 씨는 아내와 두 아들 김건우(14)·김주원(12) 군과 함께 이날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 김 씨는 중앙 현관의 사진 전시를 보며 "작년 계엄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됐을 수도 있다"며 두 아들에게 민주열사들의 희생 가치를 일깨웠다.
그는 "5·18은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정치인을 비롯한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는 민주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긴 연휴를 맞아 서울에서 전남 나주로 여행을 온 조영훈(48)·이명주(45·여) 씨 부부도 서울로 돌아가기 전 자녀들과 함께 광주를 방문했다.
2년 전 어린이날에도 광주를 찾았던 조 씨 가족은 당시 전일빌딩245를 둘러보며 느꼈던 깊은 인상과 경험을 떠올리며 재차 광주를 들르게 됐다고 한다.
조영훈 씨는 "놀이시설은 서울을 떠나 전국 어디든 많지만, 책에서만 보던 5·18을 이렇게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은 광주밖에 없다"면서 "광주에 오면 5·18을 포함한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정보가 많아 온 가족이 많은 걸 배우고 돌아간다"고 했다.

한편 옛 광주적십자병원에는 개방 첫날인 3일부터 6일까지 나흘의 연휴기간 동안 총 526명이 다녀갔다.
병원은 오는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에 걸쳐 시민들에게 개방되며,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5·18기념재단의 '오월 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무료 해설도 제공한다. 다만, 1층 일부와 2·3·4층은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개방되지 않는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