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역사는 흐른다

한국에 온 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노보노디스크는 어떻게 위고비 같은 의약품을 만들 수 있었나?"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현재 회사가 거두고 있는 상업적 성공의 비결을 염두에 두고 물어보는 것 같지만 나는 회사가 가진 역사적 유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노보노디스크는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아우구스트 크로그 박사가 당뇨병을 앓던 아내를 위해 캐나다에서 막 발견된 인슐린을 덴마크로 들여오면서 시작되었다. 크로그 박사의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는 항생제도 개발되기 전, 당뇨병 진단이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던 시절 인슐린을 통해 과학에 기반한 최초의 치료 혁신을 만들어냈다.
그로부터 2년 뒤 노디스크 연구소 출신 페데르센 형제가 노보 테라퓨티스크를 설립해 인슐린 독자 생산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60여 년간 경쟁과 혁신을 반복하다 1989년 전 세계의 보다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자 합병해 노보노디스크가 되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사와의 합병은 당뇨라는 한길을 걸으며 비슷한 가치를 공유했던 두 회사가 만들어낸 조직적 혁신이기도 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의 혁신은 가속화되었다. 당뇨 환자를 위한 최초의 펜형 인슐린을 개발했고 희귀질환인 혈우병에서 항체 보유 환자를 위한 최초의 치료제를 출시했다. 위고비도 당뇨병 치료제 GLP-1 유사체의 체중 감량 효과를 발견했을 때, 현 노보노디스크 수석 과학 고문인 당시 연구원 로테 비에레 크누센이 임원들을 설득해 비만 임상시험을 밀어붙이며 시작됐다. 비만을 '개인의 책임 문제'로 여기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상 파격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었다.
혁신은 확실한 정체성에서 만들어진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여정을 기업이 공유 핵심가치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00년간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연구와 사회적 편견 및 건강 악화에 시달리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왔다. 지금도 노보노디스크는 항암제나 면역질환 치료제가 없는 포트폴리오로, 전체 매출의 85%가 당뇨와 비만을 비롯한 만성질환에서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 천착하면서 자연스레 장기적인 관점이 조직에 스며들었다. 노보노디스크에서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팀에서 10년짜리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일도 매우 자연스럽다. 누가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지 주가를 올리기 위한 단기적인 의사결정은 20년 가까운 회사 생활 동안 보지 못했다. 현재 글로벌에서 진행 중인 연 1회 투여 비만·당뇨병 치료제 연구도 언제, 어떤 도전이 있을지 모르지만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
만일 독감 백신처럼 1년에 한 번만 맞아도 비만이나 당뇨병이 치료되는 날이 오면 그때 사람들은 또 물을 것이다. "어떻게 노보노디스크는 그런 약을 만들 수 있었나?"라고. 혹시라도 내가 대답할 수 있다면 나는 그때도 지금 노보노디스크의 성공이 100년 동안 하나의 분야에 집중한 '헌신과 다짐'이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이 이야기할 것이다. 역사는 기업에서도,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다.
[캐스퍼 로세유 포울센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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