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언론방침 논란…손학규 '민주당' 표기·엠바고 어기면 '취재불응'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회동에 "전 민주당 대표로 표기 정정"
총리 사퇴하면서 '미묘하게 섞어서 보도해도 한달간 취재 불응'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예비후보 측이 지난 5일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남 일정을 공지하며 손 전 대표 호칭을 “전 민주당 대표”라고 표기하도록 요청했다.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직에서 사임한 당일엔 그의 일정 관련 엠바고(보도유예 요구)를 지키지 않는 매체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단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어떤 기자라도 방침을 어길 시 전면적인 '취재 불응'에 나서겠다는 경고는 이례적이었다.
한 후보는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한식당에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찬을 했다. 한 후보 캠프는 전날인 지난 4일 대언론 공지 SNS방(카카오톡방)을 통해 해당 일정을 알렸다. “(18:00)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회동”이라며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만찬 종료 후 백브리핑 진행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5일 아침, 한 후보 캠프 측이 '정정' 공지를 냈다. “금일 18시부터 진행되는 만찬 회동 공지에서 손학규 전 대표님의 공식 명칭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로 정정하오니 보도에 참고 부탁 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손 전 대표의 비교적 최근 호칭인 '전 바른미래당 대표' 대신 '전 민주당 대표'로 기재해달라는 의미였다.

손 전 대표는 1993년에 국민의힘 전신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2007년 탈당해 2008년과 2010년 통합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민주당 소속으로 4선 의원을 지냈다. 2016년 탈당한 뒤에는 2017년 국민의당 대표, 2018년 9월~2020년 2월까진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냈다.
공지를 받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언론사 정치부 데스크 A씨는 '민주당 대표 표기 요구'에 대해 “(한 후보 측이) 저쪽(민주당) 진영 사람들을 많이 확보한 정치적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본다”며 “직접 요구하지 않아도 기자들은 그런 의도로 해석하는데, 이걸 한 번 더 말해서 요청까지 한다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했다. 대선을 취재하는 뉴스통신사 B기자도 “대부분의 언론은 최근까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라고 표기해왔는데, 그걸 달리 표기해달라고 요구하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후보 캠프 공보 담당자는 해당 공지가 손 전 대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6일 “(표기를 정정해달라는) 손 전 대표 측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대표를 하신 것은) 사실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한 후보 측의 언론대응 구설은 그가 총리직에서 사퇴한 지난 1일에도 있었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총리실 기자단을 통해 “총리실+외부 기자단 불문 엠바고 파기시 매체 기준으로 한달간 향후 한 대행 측 취재 불응”을 하겠다고 했다. 이는 “엠바고 파기자 1인이 아니라 해당 매체 소속 기자 전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미묘하게 섞어 쓰는 기사”에도 “일관되게 엄격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밝힌 내용은 한 대행의 '16시 사임발표 - 질의응답 없음 - 약식퇴임식과 직원 송별 인사(비공개) - 18시 퇴청 장면 촬영(풀단 취재) - 관저 이동 - 사저 이동'으로 이어지는 오후 일정이었다.

통상 출입기자단은 자율적으로 합의한 규율을 두고, 이를 어길 시 기자단 차원의 제재 방침을 정한다. 엠바고가 요구된 한 후보 일정이 국가적으로 중대하거나 보안을 요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한 후보는 파면된 대통령을 임기 내내 보좌해 내란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대선 관리에 힘쓰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언론의 비판적 취재에 충실히 응해야 할 한 후보 측이, 언론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과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치부 데스크 A씨는 “나도 공지를 문자로 받았다”며 “이 같은 엠바고 요구가 이례적인 것은 맞다. 공보 담당자에게 이런 요구를 명시적으로 듣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기존엔 어느 정도 (취재원이 엠바고 요청하며) 협조를 구하고 '신경 써달라'는 식으로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요구 내용을 활자로 남겨 전달되도록 하고, 거기에 제재 처분까지 명시했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다”라고 평했다. 총리실 공보담당자는 6일 이 같은 엠바고가 사실인지와 무리한 요구가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기자단과 협의한 내용”이라며 “엠바고는 기자단이 공지한다”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태원 “SKT 청문회 참석 어려워” 최민희 “불허” - 미디어오늘
- ‘노조 2주마다 만나겠다’는 한덕수 “尹정부 잘한점, 과도한 노조 활동 개혁” - 미디어오늘
- 이대로는 제2의 스카이데일리를 막을 수 없다 - 미디어오늘
- 조국혁신당 의원들 “일련의 사태, 피해자·당원·국민께 사과” - 미디어오늘
- 최민희 “방통위원 5인에서 9인으로 확대” 법안 대표 발의 - 미디어오늘
- ‘단 두줄짜리’ 사직서… 도망치다 끝난 류희림의 시간 - 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올해 지원예산 추경으로 204억 원 증액 - 미디어오늘
- ‘광주사태’ 발언 한덕수 “이재명도 ‘광주사태’ 표현 썼다” - 미디어오늘
- 백종원 “방송활동 중단”… 흑백요리사2·장사천재는 촬영 - 미디어오늘
- 한덕수, 배우자 무속 심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