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바다 극단’ 넘어서 보라”···오합지졸의 뮤지컬 오마주 ‘더 퍼스트 그레잇 쇼’

정환보 기자 2025. 5. 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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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프리뷰 쇼에서 박성훈 배우((오른쪽)가 이승재 배우와 함께 ‘예술적으로’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고요해야만 할 것 같은 도서관이 발랄하고 활기찬 노래 소리로 가득찼다. “음악이 흐르는 순간 / 현실에서 갑자기 노래하면 미친 사람 같지만 / 뮤지컬에서는 안 그래.”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도서관 콘서트’. 오는 29일 개막을 앞둔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프리뷰 쇼 현장이었다.

3년 가까이 준비한 창작 뮤지컬이 베일을 벗는 자리인 이날 프리뷰 쇼는 뮤지컬 팬들이 출연 배우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게끔 도심 한복판에 마련됐다. 준비된 객석 50석은 일찌감치 현장 마감됐고 연휴 기간 코엑스를 들른 일반인과 외국인 관광객 수백명이 들려오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며 현장을 지켜봤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제목 그대로 최초의, 위대한 뮤지컬 공연을 다루는 ‘뮤지컬의 뮤지컬’이다. 1960년대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다루는, 상상력과 위트 있는 유머를 담은 희극이다.

1960년대 후반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엄청난 공연을 만들어 보라”는 국가의 명령을 받게 된 중앙정보부 실장이 유명 연출가와 동명이인 배우를 연출로 섭외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뮤지컬이란 개념도 없던 시대에 ‘초짜’ 제작자와 연출가가 나섰으니 이후 상황은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오페라 가수부터 무속인에, 장구치는 사람까지 불러 모으긴 했는데 과연 공연이 성사되긴 할까. 설상가상으로 ‘윗분’들의 황당한 요구와 검열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본은 계속 수정되고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의존하는 뮤지컬은 점점 산으로 가게 된다.

이날 프리뷰 쇼에는 ‘유덕한 중앙정보부 실장’ 역을 맡은 박성훈·이창용 배우, ‘김영웅 연출’ 역의 이승재·조형균 배우, ‘윤지영 작가’ 역의 서유진 배우, ‘강길룡 작곡가’ 역의 김범준 배우가 참석해 대담을 나누며 주요 넘버(뮤지컬 속 노래)를 들려줬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국내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1966)를 무대에 올린 ‘예그린악단’에 대한 헌사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에 뮤지컬이 등장하는 ‘메타 뮤지컬’이자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60년전 뮤지컬 제작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내는 공연은 ‘뮤지컬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뮤지컬을 즐기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날 프리뷰 쇼에서 선보인 넘버 ‘예술적으로’ ‘갑자기 음악이 흐르는 순간’ ‘내 자리’ 등의 노랫말에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뮤지컬 종사자들의 답이 들어있어 보였다. 정치적 외압과 강요에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공연 예술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

이 뮤지컬은 스토리만 ‘K-뮤지컬’을 향한 헌사가 아니다. 최초의 뮤지컬단 예그린악단의 맥을 잇는 서울시뮤지컬단이, <살짜기 옵서예>가 초연된 세종문화회관(당시 서울시민회관)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한국 뮤지컬의 태동과 역사를 재연하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한국 뮤지컬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선배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웃음을 넘어, 최초의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선배들의 고민과 열정에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부터 6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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