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 〈4〉AI와 사랑을 나누는 인간
현대사회는 가족 해체, 디지털화와 결부된 핵개인화가 심화되면서 인간의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영화 '그녀(Her)'에서 그려진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정서적 교류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인간의 심리적, 정서적 영역에 AI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제기된다.
1인 가구 노인의 외로움과 안전은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노인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제 노인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AI 비서를 차츰 활용하고 있다. 오래 전 시도됐던 시골 마을 AI 스피커 사업이 이제야 비로소 기술적 성숙을 이루면서 해결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인 문제와 별개로 AI의 심리 상담 효과는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다트머스대학의 테라봇은 미국 전역의 210명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생성형 AI 치료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식이장애 증상이 현저히 개선됐고 참가자들은 테라봇과의 신뢰감이 실제 사람 치료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AI 상담사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표현 패턴과 선호도를 학습해 점차 더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한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은 사용자의 참여도와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예고한 '성인 GPT'는 기존 모델의 윤리적 제한을 완화해 성인의 다양한 질문과 고민에 더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성인 심리 상담에서 새 지평을 열 가능성을 내포한다. 성 관련 상담이나 중독 문제와 같이 사회적 낙인이 있는 주제에 대해 편견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AI 상담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또 AI는 언어적 장벽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는 상황에도 적합하다. AI 상담 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지리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I는 24시간 내내 언제든 이용 가능하므로,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복지에 AI를 접목하면 예산의 효율적 활용과 서비스 질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습니다. 노인의 정서적 건강을 위한 AI 동반자 프로그램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24시간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위험 요소를 조기에 감지하고 예방적 개입을 할 수 있어, 자살 예방과 같은 중요한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려도 존재한다. 개인 정보의 보호, 그리고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미국심리학회의 권고처럼, AI 도구는 심리학적 과학에 기반하고 전문가의 감독 하에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실제 인간관계가 약화할 위험도 있다. 특히 발달 단계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AI와의 상호작용이 건강한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정서적 동반자로 자리 잡는 미래는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고독과 소외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AI는 새로운 형태의 정서적 연결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이 인간의 존엄성과 정서적 웰빙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포용적이고 연결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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