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보다 더 깐깐한 풀무원… 자부심으로 30년 동행했죠"

강원도 원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원대일(63세)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5월을 하루 앞둔 완연한 봄날, 풀무원녹즙의 주재료인 명일엽을 생산하는 계약 농장을 찾았다. 약 130동에 이르는 비닐하우스에는 명일엽과 케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반소매를 입어야 할 정도로 따뜻하지만 강원도는 한낮에도 여전히 쌀쌀했다. 노지는 냉해를 우려해 아직도 파종하지 않은 곳들이 꽤 눈에 띄었다. 이 정도로 서늘해야 명일엽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명일엽은 '오늘 수확해도 내일 또 자란다'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을 만큼 매일 수확이 가능한 채소다. 하지만 이건 기후와 토질 등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의 얘기다. 다년초 특성상 한곳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면 지력이 다해 어느 순간 성장이 더뎌진다. 온도에 민감해 여름에는 타죽고 겨울에는 얼어죽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유난히 더위가 심해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던 명일엽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만큼 서늘한 곳이지만 해마다 기온이 올라가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성큼 가까이 와 있다.
"최근에 온도조절을 위해 수막 시설을 설치했어요. 비닐하우스를 이중으로 덮은 뒤 그 사이로 지하수를 분사하는 거죠. 지하수는 연중 물 온도가 12~16도 정도로 일정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하우스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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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으로 농사를 짓지만 풀무원의 기준은 한층 더 깐깐합니다. 그 기준에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죠. 건강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1년 내내 끊김 없이 납품할 수 있도록 농장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명일엽이 쌀처럼 1년에 한번 수확해서 창고에 쌓아둘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니까요. 농사라는 게 날씨나 계절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니 많을 땐 많아서 곤란하고 적을 땐 모자라서 애가 탑니다. 하우스별로 번호를 매긴 뒤 순차적으로 심어서 수확이 끊이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겨울엔 고르게 출하하기가 힘들다. 추위로 인해 생육 수준이 떨어지고 종종 냉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풀무원은 과감하게 공지를 띄운다. 가끔 홈페이지에 "명일엽 수급 문제로 인한 일부 제품 주문 제한 안내"가 올라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일생산, 당일출고'를 원칙으로 하기에 농장에서 명일엽이 생산되지 않으면 공장을 멈추는 것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그만큼 신선하고 좋은 것만 소비자들께 드리려고 합니다"라며 양해를 당부했다.
원 대표는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함께해온 풀무원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처음에 유기농 명일엽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남들이 미쳤다고 했지만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유기농이 뭔지도 몰랐고 인증제도조차 제대로 없었죠. 이제는 사회적 인식은 많이 좋아졌어요. 30년 동안 꾸준히 거래해준 풀무원에 그저 고맙지요. 덕분에 아들딸 유학도 보내고 끼니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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