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공표, 이재명은 맞고 윤석열은 틀리다?···검찰, 윤석열엔 어떻게?

검찰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은 ‘허위사실공표’와 같은 이름의 혐의다. 하지만 검찰은 “이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 혐의는 입증하기가 까다롭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조민우)는 최근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고발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때였던 2021년 10월 한 TV토론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김 여사가) 넉 달 정도 (투자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시민단체 등에 의해 고발당했다. 한국거래소가 검찰에 제출한 이상심리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 투자로 13억9000만원의 매매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윤 전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친분이 전혀 없다”고 말한 점,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의원에게 “(장모 최은순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고 말했다가 정 의원을 통해 이 발언이 언론에 공개된 점도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건의 공소시효는 3개월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이 후보도 20대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윤 전 대통령도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의 발언들을 이 후보의 발언들과 같은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나 최씨와 관련한 발언은 윤 전 대통령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을 잘못 안 채 말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 내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나 최씨 얘기는 한 발 떨어진 부인과 장모에 대한 사실”이라며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입증하려면 더 명확한 단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김만배씨와) 친분이 없다”고 말한 것 역시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9월 이 후보를 기소하면서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김 전 처장으로부터 수차례 대면 보고받았다”며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이 후보 발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1·2·3심 모두 이에 대해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발언일 뿐”이라며 무죄라고 봤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친분 유무는 의견 표현에 불과하다”며 시민단체 고발을 한 차례 각하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이런 판단이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허위사실공표죄가 인정되려면 윤 전 대통령이 해당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한 채 발언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객관적인 증거를 잡아내야 한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들어서 그렇게 알고 얘기했다’고 말하면 허위성 인식에 대해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례를 보면 법원은 구체적 단서가 없더라도 제반 사정을 통해 허위성 인식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5년 허인회 당시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이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비방해 기소된 사건에서 허 위원장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허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외부에서 알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의 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하면 그가 책임을 피하기는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을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확신하듯 준 것”이라며 “법률가라면 몰랐던 사실에 대해 확신에 차 발언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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