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소녀…검찰은 "남자 불구 됐으니 결혼해"[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의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며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고, 최씨는 6개월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모욕을 견뎌야 했다.
최씨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며 "결혼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조롱했다.
재판부도 "남자에게 호감 있던 게 아니냐", "남자와 결혼할 생각 없냐"고 묻는 등 2차 가해하며 최씨를 몰아세웠다. 심지어 사건 발생 장소에 최씨와 노씨를 데려가 강제로 키스당하던 상황을 재연하게 했다.
당시 언론은 '혀 자른 키스', '키스 한 번에 벙어리'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최씨의 행실을 지적하는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주변 사람들마저 "그냥 결혼하고 끝내라"라고 권유했다.
노씨 가족들은 최씨 가족들을 찾아와 "혀가 끊긴 것도 인연이니 벙어리 된 아들과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 아버지는 딸의 구속 기간이 길어지자 결국 논을 팔아 돈을 주고 합의했다.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장소와 집이 100m 거리였다.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에 있던 인가에 들릴 수 있었다"며 "청년의 혀를 끊어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든 행위는 정당방위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했던 최씨에게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은 용기를 줬다. 60세가 넘어 입학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성, 사랑, 사회'라는 강의를 듣던 중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최씨는 방통대 동기 도움으로 2018년 한국여성의전화에 재심 청구 문의를 했다. 이후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노씨가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했다는 점을 들어 '중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 구금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재심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최씨는 부산고법에 항고했으나 또다시 기각됐다. 최씨는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최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월 부산고법은 최씨 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대심리해 재심 청구인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한다.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18세 소녀는 어느덧 79세가 돼 다시 법정에 설 예정이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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