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범주화의 유혹은 세상을 타자화-파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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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 성격 유형 분석을 시도한 것은 성격 이해를 통해 무의식의 부정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근년의 MBTI는, 말로는 재미 삼아 한다지만, '나'와 타인의 성격-성향 차이를 부각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MBTI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의존은 결과적으로 각자가 소속된 MBTI 집단에의 소속감- 분열을 조장하고 경직된 이분법적 성격 분류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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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융이 성격 유형 분석을 시도한 것은 성격 이해를 통해 무의식의 부정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근년의 MBTI는, 말로는 재미 삼아 한다지만, ‘나’와 타인의 성격-성향 차이를 부각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MBTI 테스트를 신입사원 채용 심사에 참고해 논란을 빚었고, 팀을 꾸리는 등 인적자원 관리에 적극 활용하는 예도 있다. MBTI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의존은 결과적으로 각자가 소속된 MBTI 집단에의 소속감- 분열을 조장하고 경직된 이분법적 성격 분류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한다.
그게 상당수 심리학자들이 우려하는 MBTI의 병폐 중 하나다. 대다수 인류는 MBTI 4개 범주의 8개 극단 사이에서 중간값을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의 한 점에 있고, 알파벳 네 개로 규정될 수 있는 성격의 주인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1988년 작품 ‘악마의 시’로 인해 이란 시아파 원리주의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파트와(fatwa, 처형 명령)’에 쫓기던 초기, 서구 언론은 그의 책에서 이슬람 선지자를 모욕했다는 혐의의 일부 구절만 발췌해 그의 작품을 소개하기 급급했고, 그 과정에서 작품의 중층적인 맥락과 주제의식은 실종됐다.
훗날 루슈디는 그 행태를 ‘파트와’ 못지않은 야만이라며 진저리쳤다. 그는 동료 작가인 밀란 쿤데라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를 점점 더 좁게 규정하고 우리의 다차원적인 인격을 유일한 정체성의 코르셋 속에 압축해 넣으려고 합니다.(…) 국가도 부족도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어쩌면 바로 그 악에서 우리 시대의 모든 악이 흘러나오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축소에 굴복하면(…) 타자를 적으로 보기 훨씬 쉬워지니까요.”
범주화는 편리한 인식 수단이지만, 그 유혹은 세상(상대)을 파편화-타자화하게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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