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천경자부터 실험미술 작가까지… 한국 미술이 다 모였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천경자, 백남준…
한국 근현대미술의 역사가 된 작가들은 모두 이 화랑을 거쳐갔다. 1970년 4월 서울 인사동에 문을 연 현대화랑이다. 여성 화가 박래현은 당시 27세였던 박명자 회장에게 “외국엔 여성이 경영하는 화랑이 많다”며 창업을 격려했고, 개막식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온 천경자는 자신의 그림 ‘하와이 가는 길’(1969)을 선물로 건넸다. 현대화랑이 1973년 개최한 ‘천경자 화전’은 전시 폐막 날 인사동에서 종로 사거리까지 인파가 이어질 정도로 대박이 났다.

국내 상업 화랑의 효시인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개관 55주년을 맞아 갤러리와 인연 맺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본관과 신관 전관에 걸쳐 열리고 있는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다. 현대화랑은 1987년 갤러리현대로 이름을 바꿨고 1995년 인근에 신관을 열었다. 본관에선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도상봉, 박래현, 이대원, 김종학 등 1941년 이전에 태어난 작가 24명의 작품 50여 점을 소개한다.


작가마다 끈끈한 사연이 있다. 특히 ‘국민 화가’ 박수근과 박명자 회장의 인연은 유명하다. 박수근은 1960년대 반도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박 회장에게 “미스 박 시집갈 때 그림 한 점 꼭 선물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1965년 작고한 화가의 약속은 아내가 지켰다. 별세 이듬해 박 회장의 결혼식에 박수근의 아내 김복순 여사가 찾아와 ‘굴비’ 그림을 선물했다. 박 회장은 이후 이 그림을 2만5000원에 팔았다가 30년 뒤 1만 배에 달하는 2억5000만원에 되샀고, 2004년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


신관 전시엔 어머니에 이어 갤러리현대를 경영하는 도형태 부회장과 관련 있는 작가들이 나왔다. 도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갤러리 프로그램에 관여하며 시작된 ‘한국 실험미술 작가 다시 보기’ 프로젝트 작가들과 유학 시절 인연을 맺은 디아스포라 작가 등 12명의 작품 180여 점을 소개한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활동한 곽인식과 곽덕준을 비롯해 ‘한국 미니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진 박현기의 1981년작 ‘도심을 지나며’가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졌다. 이승택의 ‘비조각’ 캔버스 연작이 3개 벽면을 가득 채웠고, 그 앞에 1963년작 옹기 작업을 설치해 눈길을 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로봇 조각 ‘프랑켄슈타인’과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과 이강소의 신작도 나왔다. 1부 전시는 15일까지. 22일부터 6월 29일까지 열리는 2부에선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의 회화 작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관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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