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분리 배출 스트레스

지인이 며칠 전 고구마를 먹다가 부부 싸움을 할 뻔했다. 고구마를 먹고 무심코 껍질을 버렸더니 아내가 “음식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으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질책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엔 쓰레기 분리를 잘못해 과태료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불만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해당 구청은 “쓰레기봉투에 소량의 고구마 껍질이 들어 있다고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고 했지만 쓰레기 또는 재활용 분리 스트레스가 적지 않게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집에서 재활용 담당이라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양손에 가득 안고 내려간다. 우선 분류가 너무 세분화돼 있고 손 가는 일도 많다. 우리 아파트는 종이,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병, 스티로폼, 건전지 분류함이 따로 있다. 종이도 박스, 신문지, 일반 종이 코너가 따로 있다. 생수병 등 투명 플라스틱은 라벨을 제거하고 따로 넣어야 한다. 가족들에게 생수병 라벨이라도 떼어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잔소리한다는 말 들을까 봐 꾹 참는다.
▶어디에 넣어야 할지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고무장갑은 재활용일까, 일반 쓰레기일까. 일반 쓰레기인데 서울 강남구는 재활용품으로 분류해야 한다. 계란 껍데기와 귤 껍질은 음식 쓰레기인가 일반 쓰레기인가. 계란 껍데기는 일반 쓰레기이고 귤 껍질은 음식 쓰레기다. 과일 상자에 든 푹신한 과일망, 광고지·전단·사진 등 코팅된 종이는? 둘 다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다. ‘살이 붙은 닭 뼈’, 채소 뿌리까지 가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쓰레기·재활용품 분리가 수능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어렵게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본지가 폐플라스틱통 100개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추적해보니 실제로 재활용 업체로 향한 경우는 17개에 불과했다. 45개는 땔감용으로 쓰이고 있었고 나머지는 재활용 경로에서 사라져 버렸다. 매주 신경 써서 분리배출을 하는 입장에서 허탈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였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시민이 모든 재활용품을 한 통에 내놓으면 정부가 자동화 시스템 등으로 선별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진국들은 분리배출 방식을 단순화로 가는데 우리만 점차 세분화로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30년 동안 배출자 중심의 재활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분리 배출 비율도 아주 높은 편이다. 순한 국민이 정책에 잘 따라주니 정부와 지자체가 시대가 변하는데도 개선할 생각도, 기술 개발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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