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96% 원하는데…"아동병원 병실 기준 개선해야"
[EBS 뉴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또 있습니다.
아픈 어린이들이 잘 치료받기 위한 소아 의료 인프라인데요.
최근 다양한 소아 감염 질환이 유행하면서 거의 모든 보호자가 1인 병실을 원하고 있지만, 어린이 병실의 환경은 환자들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어린이 환자 보호자 2,855명 설문
1인실 병실 선호 96%
교차 감염 우려에
사생활 침해까지
1인실 수요 압도적
그러나 병원 여력은 '부족'
쉴 권리ㆍ 건강 회복 위한
소아의료 정책 개선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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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어린이 병실 개선 방안,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과 자세히 짚어봅니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어린이날 앞두고 발표하신 설문조사 결과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이 어린이 환자 보호자들은 어떤 병실을 원하던가요?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이번 설문조사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아 환자 병실 기준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습니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2,800여 명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로 조사한 건데요.
보호자 10명 중 9명 이상, 무려 96%가 1인실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입원실 내 교차 감염 우려가 가장 컸고, 사생활 침해와 소음 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소아과 입원 질환의 상당수가 폐렴이나 장염, 독감처럼 전염성 질환이다 보니, 보호자들 사이에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겁니다.
그래서 협회 측은 이제는 소아 병실도 산부인과처럼 1인실 기준을 확대하는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어른들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다인실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어린이 병실에서는 왜 이렇게 1인실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보십니까?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요즘 산부인과에서도 산모의 회복과 감염 예방을 위해 1인실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안심하고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아병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RSV나 독감처럼 유행성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다인실 내 교차 감염을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큽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아이들의 성별은 같더라도, 보호자의 성별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보호자들끼리 함께 자고, 식사하고, 생활 전반을 공유하게 되면 불편하고 민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기저귀를 가는 등 일상적인 돌봄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서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보호자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스트레스로 작용해, 병실이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제도는 성인 입원 병동을 기준으로 만든 다인실 비율 제한을 소아병동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소아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기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장의 실정과 맞지 않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병원이 아이와 가족에게 심리적·의료적으로 모두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소아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 입장에서는 1인실을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제약이 있을까요.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맞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공간, 비용, 운영 측면에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선 공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1인실은 한 병상당 필요한 면적이 넓고, 개별 화장실이나 감염 차단을 위한 설비, 환기 구조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기존 병동을 단순히 나누는 방식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병원일수록 구조적인 제약이 더 큽니다.
또한 설치와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1인실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시설뿐 아니라 인력도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의료기관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단순히"1인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조금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결국은 정책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텐데, 최근에 또 계속 지적되는 소아과의 뺑뺑이 문제 너무나 심각하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최근에 사비를 들여서 소아 중환자실 마련에 힘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맞습니다.
요즘은 겉으로 보기엔 조용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언제 다시 아이를 옮길 병원이 없어지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응급실에 중증도가 높은 아이가 들어왔을 때, 즉시 전원할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연락을 돌리고,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까지 몇 시간씩 걸리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작은 병원에서는 그 몇 시간 동안, 혹은 하루 이틀이라도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은 어렵게라도 병원 내부에 중증도 높은 아이를 위한 관찰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공간은 전문 중환자실처럼 장기 집중치료를 위한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도 최소한, 전원이 불가능한 그 '공백의 시간' 동안이라도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절박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맡기는 보호자들이"그래도 이 병원이라면 응급상황에도 최소한의 대응은 해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게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 있는 문제니까 더 이상 개별 의료진의 노력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줘야 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도 꾸준히 강조를 해 오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어린이 건강 기본법'은 갑작스러운 제안이 아닙니다.
전임 회장님 때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숙원 과제이고, 저희 협회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과학회, 공공의료 입법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서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건강을 다루는 정책들이 예방접종, 건강검진, 정신건강, 학교보건, 아동발달 등으로 분절돼서 따로따로 움직여 왔고, 그 결과 현장에서는 정작 한 아이를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어린이 건강 기본법'은 출생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필요한 돌봄과 의료, 교육, 정신건강 지원이 연결되도록 하는 통합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일본은 이미 이런 틀을 갖추고, 정책 사이 충돌을 줄이고, 예산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설계하자는 방향으로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갈 때가 됐다는 점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이런 기본법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어린이 병실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용재 회장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네, 앞으로의 소아 병실은 단순히 병상을 더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아이와 보호자 모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간병 부담을 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지금의 구조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병원에서의 간병이 보호자의 희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간병 보호자를 보조하는'돌봄 선생님'이나'돌봄 간병사' 같은 전문 인력이 병동에 상주하는 형태로의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광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돌봄 간병사 제도는 매우 좋은 선례이며, 전국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감염 예방을 중심에 둔 병실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소아 환자들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다인실에 감염력이 있는 환아가 입원하게 되면 병상 전체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운영 효율성도 크게 낮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공기 흐름, 격리 가능성, 병상 간 거리 등 감염관리 중심의 병실 설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런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도 조금씩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어린이 의료 인프라 사실 지금도 너무나 열악하고 어려운데요.
우리 아이들이 걱정 없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회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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