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놀이터마저 서울·지방 격차…“뛰어놀 곳이 위험천만한 길가뿐” [심층기획-놀이터 불평등]
전국 법정동 2만곳 중 80% 全無
소도시는 서울의 최대 4배 달해
무놀이터 전남 89%·충청 88%·경북 87%
서울은 22.5%… 지역별 접근성 편차 커
놀이터, 수도권 대단지 밀집지역 집중
화성시 오산동에만 464개 전국서 최다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엔 설치 의무
단독주택 많은 지방은 법률 적용 안 돼
‘모든 거주지에 놀이터’ 외국사례 주목

최근엔 같은 동네 아이가 공터에서 놀다 도로로 튀어 나가 차에 치일 뻔한 사고도 있었다. 그날 이후 김씨는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불안한 건 그대로다. 그는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수도권이 아닌 놀이터 하나 없는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참 뛰어놀아야 할 나이인 아들에겐 미안하지만, 차라리 안전한 학원으로 애를 돌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사례는 결코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무(無)놀이터 동네’는 전국 법정동 10곳 중 8곳꼴로 존재했다. 어린이날을 맞은 5일 행정안전부의 ‘전국어린이놀이시설정보서비스’에 이달 2일까지 등록된 놀이시설 8만9030곳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 2만275개 법정동 가운데 1만6206곳(79.9%)에 어린이놀이시설이 한 개도 없었다. 또 이러한 무놀이터 동네는 지방 소도시에 몰려 있었다.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놀이터조차 지역에 따라 불평등한 모습이었다.

전체 법정동 중 놀이터가 없는 법정동 비율은 지방이 서울보다 크게는 4배가량 높았다.
무놀이터 동네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이었다. 전남 전체 2974개 법정동 가운데 2645곳에 놀이터가 없는데 10곳 중 9곳꼴(88.9%)이다. 놀이터가 없는 나머지 동네에 사는 아동은 놀이터가 아닌 곳에서 놀거나,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다른 동네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동은 법으로 지정한 최소 행정구역 단위를 말한다.
서울은 전체 법정동 467곳 중 무놀이터 동네가 105곳으로 비율로는 22.5% 수준이었다. 전남에 사는 아동이 서울에 사는 아동보다 무놀이터 동네에 살 확률이 약 4배 높은 셈이다. 무놀이터 비율이 높은 건 충남(88.3%)과 충북(88.1%), 경북(87.1%) 등 다른 비수도권 광역지자체도 사정이 비슷했다. 반면 대전(24.3%), 광주(38.1%), 부산(43.7%) 등 광역시는 그 비율이 50% 미만이었다.

지방에 놀이터가 적은 까닭은 무엇일까. 놀이터 설치 의무를 규정한 법령상 한계와 근본적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과밀한 국내 상황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 역시 놀이터를 법정동마다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이 없다면서 “행안부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관리를 맡고 있어 현황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이의 ‘놀 권리’ 측면에서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총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주 형태와 지역에 따라 아동의 ‘놀 권리’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선 국가들도 있다. “아동은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여가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2007년부터 ‘국가 놀이전략’을 도입해 모든 거주지 내 무료 놀이터 설치를 법제화하고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도시계획에 놀이공간을 필수 공공 인프라로 포함하고 있다.
윤준호·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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