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자의 매우 특별한 사랑 이야기

한겨레 2025. 5. 5. 1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pan style="color: rgb(0, 184, 177);">연재ㅣ고광윤의 영어 그림책 여행</span>
‘Now One Foot, Now the Other’

고광윤 |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슬로우 미러클 대표 봉사자

어떻게 하면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내뱉는 말이 할아버지의 이름이 될 수 있을까요? 엄마 아빠 없이 할아버지가 홀로 키운 경우라면 혹시 가능할까요?

할아버지는 바비의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바비(Bobby)’라는 이름도 할아버지의 이름 ‘밥(Bob)’을 따라 지었고,걸음마를 배울 때에도, 블록 쌓기를 할 때에도 언제나 할아버지와 함께했습니다. 물론 무릎에 앉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것도 할아버지였고요.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갑니다. 더욱 슬픈 것은 할아버지가 가족들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지요. 바비는 그런 할아버지가 무섭게 느껴져 도망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곧 할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확신을 갖고 도움이 될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위한 바비의 특별 프로젝트,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무려 260권 이상의 아동 도서를 출간한 미국의 저명한 그림책 작가 토미 드파올라(Tomie dePaola)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모든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며 큰 사랑을 주셨던 할아버지와 그 사랑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어린 손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이지요. 이야기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며 연결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잔잔하지만 오래가는 여운을 남깁니다. 다시 읽어도 가슴 깊이 스며드는 감동이 줄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를 Grandpa가 아니라 Bob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서 둘의 특별한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초로 내뱉은 단어가 할아버지의 이름이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진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로 인해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그 슬픈 상황을 오히려 사랑을 되돌려 줄 기회로 삼다니!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할아버지와의 행복했던 많은 순간과 그 기억들이었겠지요.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한 곳이며, 그 중심에 사랑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던 어머니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보내드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때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손주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며 시간이 더 흐르면 자식들마저 알아보지 못하시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은 오히려 어머니에게 더 크지 않았을까요?

“어머니, 잊지 않을게요. 어머니의 자애로우신 얼굴, 깊은 밤까지 바느질하시던 모습, 언제나 당당하셨던 그 모습,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게요.”

자식들을 위해 늘 노심초사하며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않으셨던 두 분, 이제는 아버지만 홀로 남으셨네요. 무엇이 늘 그렇게 바쁜지, 멀리 여행은커녕 모시고 나가 잠시 바람을 쐬는 것도, 말씀을 들어드리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변변치 못한 자식. 정말 죄송합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계셔 주세요. 남은 세월, 후회가 더 커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