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고 애잔한 작가와의 동행
‘마음’(나쓰메 소세키·송태욱 번역·현암사·2013)


박균호 교사 |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나쓰메 소세키와 나는 시골 학교 교사로 일한 공통 분모가 있거니와 인간적으로 애잔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도스토옙스키처럼 소세키는 꽤 많은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거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챙기는 비경제적 관념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다.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한 소세키가 제1고등학교 교사와 도쿄제국대학 강사로 받은 수입은 월 120엔 정도였다. 당시 소세키가 살았던 집 월세가 27엔 정도였으니 한 집의 생활비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소세키는 자식이 7명이어서 양육과 교육에 엄청난 돈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처가를 비롯한 많은 친척을 부양해야 했다. 손님은 많은데 소세키 아내의 손은 커서 결코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다. 소세키가 아사히 신문의 전속 작가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때 연봉 협상을 치열하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놀랍게도 소세키는 대표적인 명작이면서 아사히 신문에 연재 중이었던 ‘마음’의 출간을 이제 막 출판사를 차린 도쿄제국대학 동창인 이와나미 시게오에게 맡긴다. 출간만 하면 대성공이 예약된 작품이라 얼마든지 좋은 조건으로 출간할 수 있었는데도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 돈을 들이는 것으로 모자라 표지도 직접 디자인해서 친구가 운영하는 이와나미 쇼텐 출판사를 통해서 낸 것이다. 소세키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명암’을 집필하다가 원고지 위에서 숨을 거뒀는데 그의 장례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상객 중에는 당연히 사후 소세키 전집을 출간한 이와나미 쇼텐 출판사의 창업자 이와나미 시게오도 포함돼 있었는데, 도쿄제국대학 출신이면서 소세키 문하의 제자였던 우치다 햣켄에 따르면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어두워서 그랬는지 변소가 부실해서 그런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이와나미는 그만 소세키 집 변소에 빠졌다.
이와나미가 허겁지겁 위로 기어오르는 모습을 마침 도쿄제국대 영문과 출신 친구 두 명이 목격했다고 한다. 수치심에 사로잡힌 이와나미는 다음에 크게 한 턱 살 테니 이 사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두 친구는 신의를 지켜 비밀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지만 이와나미가 한 턱 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들만의 비밀은 누설되고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어쨌든 소세키와 이와나미의 관계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으며 소세키의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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