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희준의 ‘코믹 가족극’···“관찰로 포착한 아이러니함 속 코미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자신의 연출작을 출품한 배우들이 눈에 띈다. 배우 이희준은 두 번째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으로, 배우 겸 가수 이정현은 첫 연출 데뷔작 <꽃놀이 간다>로 관객을 만났다

“제가 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에 관객 분들이 웃고 공감해주시니 감동적이더라고요. 배우로 (영화제에) 올 때와는 또 다른 기분입니다.”
감독으로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이희준이 말했다.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번 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다. 오랜만의 가족 모임이 미묘한 신경전을 지나 유치한 말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을 담아낸 소동극이다. 지난 2일 전북 전주 완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희준은 “한국 사회, 특히 부부간의 갈등을 (소재로써) 재미있어 한다”며 “아이러니함의 코미디에 관심이 많다”고 요즘의 취향을 소개했다.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희준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2012)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들의 싸움을 계기로 거실에 둘러앉은 두 쌍의 부부가, 우아한 척 대화하다가 결국 유치한 말싸움과 육탄전을 벌인다는 데서 궤를 같이한다. 이희준은 “스무 번도 넘게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라며 “<대학살의 신>처럼 한 빌라 안에서 한국 가족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속에 꿈꿔왔었다”고 했다.

노부부와 그의 장성한 자녀들이 배우자를 데리고 오는 가족 모임. 8쌍의 부부와 손녀 1명은 가족이지만 나이대, 직업군, 경제적 계층이 서로 다르다. 안부를 묻는답시고 주고받는, 사실 궁금하지 않은 질문들은 서로의 신경줄을 갉작인다. 돋보이는 건 사실성과 코믹함을 살린 대사다. 매번 승진을 묻는 형님에게 매제는 “승진을 볼 때마다 하는 건 아니니까요,” 티 안 나게 이 악물고 말한다. 동생 부부가 말싸움을 시작하자, 형님은 또 매제에게 상황을 잊지 말라는 듯 “여기 처갓집이야~ 정신 바싹 차려야해.” 넌지시 경고한다.
평소 인물과 상황을 관찰하기 좋아한다는 이희준은 “한국 처갓집에서 딸·아들·사위·며느리가 가진 보보편적인 태도를 생각하면서, 키득거리며 즐겁게 대본을 썼다”고 했다. 사위로서 자신의 경험도 대본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고 한다.
첫 연출작 <병훈의 하루>(2018)에서 주인공 ‘병훈’ 역으로 연기를 했던 것과 달리, <직사각형, 삼각형>에 이희준은 출연하지 않는다. 원래는 배우 진선규가 맡은 연예인 사위 역을 맡으려 했지만, “8~9명이 나오는 장면에 들어가 연기하면서 연출까지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카메라 뒤에 남기로 했다. 촬영 전 연습실을 빌려, 배우들은 마치 연극처럼 연기하는 가운데 촬영팀과 컷을 고민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만난 박세승 촬영감독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인 <병훈의 하루>는 올해 영화제에서 <직사각형, 삼각형>과 묶어서 상영됐다. 오염강박과 공황장애가 있는 병훈이 옷 한 벌을 사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시내로 나서는 여정을 담은 단편이다. 공황장애가 있었던 이희준의 실제 경험을 녹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희준은 “일기 같은 영화로, 공황장애가 있다가 좋아졌던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며 “많은 사람이 앓는 질병인데도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연기와 연출을 병행한 첫 작품에서는 의도에 맞는 정확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아쉬움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배우로 참여할 때는 감독님이 더 좋은 걸 선택할 수 있도록 120%를 하거든요. 연출작에선 제가 딱 정해진 100%까지만 하더라고요.” 직접 연기하지 않은 <직사각형, 삼각형>에서는 “제가 가고자 했던 방향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당분간은 배우 생활에 집중할 생각이지만, 영화로 보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연출에 또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다. “저는 전문 작가가 아니니, 글을 잘 쓰는 교육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는 그는 최근 글쓰기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했다.
5월의 전주에서 가진 관객과의 만남이 그에게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이희준은 “객석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본 것 같다”며 “제가 제작한 영화를 함께 보고, 웃고, 끝나고 질문해주시니 정말 사랑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도 비극이든, 희극이든 즐거움과 위로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주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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