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 손끝에서 되살아난 플라스틱 폐공장
‘플라스틱 팩토리-뉴 머티리얼리즘’전
부산대 석·박사 11명 9일까지 전시

‘물질은 이야기, 장소는 기억’이란 말은 앙리 베르그송(1859~1941)의 철학적 개념을 담고 있는 문장이다. 한때 플라스틱을 녹였던 공장에서 싹트는 감정과 사유를 두고 작가들은 이렇게 명명했다.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오래된 플라스틱 재생공장 ‘일산수지’에서 지난 2일부터 오는 9일까지 ‘Plastic Factory-New Materialism’(플라스틱 공장-신물질주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플라스틱 팩토리-뉴 머티리얼리즘’은 단순히 유휴공간을 활용한 전시가 아닙니다. 이곳은 비워진 공간이자, 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공장이며, 지금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살아나는 실험의 현장입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비로소 다시 기운이 돌기 시작했으니까요.”
전시장에서 만난 박 교수, 손·정 작가, 그리고 손창안 사진가 겸 공간 제공자가 공간과 전시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일산수지는 손 사진가 부친이 하던 공장이었다. 공장은 아직 묵은 때를 벗지 못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찌든 기름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전시는 이벤트성으로 공간을 한 번 쓰고 끝나는 거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몇 년 더 해 보자는 의지가 생긴 거죠.” “상업 공간이 아니어서 좀 거칠긴 해도, 실험적으로, 열정적으로 뭔가 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공장에서 전시하는 기회가 흔치는 않잖아요.”



2층으로 올라가자 심건영이 수전과 물을 활용해 만든 ‘천칭’이 작동했다. 이무빈은 수지로 만든 대형 고양이가 붕어빵을 쫓는 소박한 일상을 다룬 ‘휘게 I, II, III’을 작업했다. 포장마차 작업으로 주목받은 김유빈은 헌 옷으로 만든 소풍 김밥 등 K다이닝과 100미터가 넘는 검은 봉지를 연결한 ‘김말숙(54세)의 부전시장 다녀온 장바구니’로 또다시 재치를 발휘했다. 구우희의 ‘사랑, 죽음, 발치 ll’는 사랑니 발치 스토리를 펼쳤다.
손 사진가는 “정식 개관은 내년으로 예상하고요, 지금은 파일럿 전시라고 보면 될 겁니다. 제가 독일에 있을 때 보고 느낀 건데, 빈 상가 같은 공간을 편하게 오픈해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참 좋았어요”라며 공간 활용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관람 시간 오후 1~8시. 전시 문의 010-8391-4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