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두나라는 서사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5. 5. 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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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배두나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 분량이 적어도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망설임이 없다. 그 마음들이 다른 배우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냈다. 배우 배두나의 아우라는 그 마음들이 만든 서사다.

7일 개봉되는 영화 ‘바이러스’(감독 강이관)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배두나는 극 중 택선을 연기했다.

배두나에게 ‘바이러스’는 기다렸던 시나리오였다. 당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촬영하며 좀비들에게 쫓기며 고강도의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던 배두나에게 ‘바이러스’ 시나리오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배두나에게는 이균 역으로 배우 김윤석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출연할 이유가 충분했다. 배두나는 영화 ‘암수살인’을 보고 처음 김윤석과 연기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휩싸였다고 했다. 그는 “물론 그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건 주지훈이지만 배우 입장에서 보면 김윤석 선배님이 그 앞에서 뭘 해주고 있었는지가 보였다. 주지훈 씨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할 수 있게끔 상대 배우가 앞에서 뭘 해주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게 팬심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배두나는 김윤석과 적대 관계가 아닌 택선과 이균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는 “이균이 택선의 보호자 같은 느낌이 있어서 호흡이 되게 중요했다”라고 했다. 이에 배두나는 김윤석의 전작들을 쭉 훑어보며 그와 어떻게 연기 호흡을 맞출지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택선은 바이러스 감염 전후로 성격이 급격히 변화하는 인물이다. 이에 배두나는 감염 전 택선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감염 후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완성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 연기 방식은 배두나에게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배두나는 “저는 굉장히 많은 현대인들에게 택선과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가령 나는 어렸을 때 꿈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그게 점점 깎이면서 무뎌진달까. 무뎌지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계속 시니컬해지지 않나. 자꾸 동생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한테 비교당하면서 사니까. 그러고 나면 사람이 표정이 희망을 잃고 시니컬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배두나는 “감염 후는 모든 사람들이 택선이에게 굉장히 호감을 주고 있고 다정하다는 설정을 했었다. 저 사람이 따뜻하니까 나도 따뜻해야지라는 상호 작용을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배두나가 캐릭터를 오롯이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김윤석의 역할이 컸다. 배두나는 “김윤석 선배 때문에 자동으로 몰입될 때 이신기함을 느낀다. 저분이 이균으로 있어주니까 내가 헷갈릴 필요 없이 택선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럴 때마다 짜릿하다. 전작들을 보면서 분명히 뭔가 그분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굉장히 열심히 관찰했다. 그분이 생각하실 게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면 서성인다. 저분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고민이 많은 얼굴로 걸어 다니면 짜릿했다. 기발한 대사가 나오겠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김윤석 선배를 관찰하면서 많이 감탄했다”라고 말했다.


배두나와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그를 좋은 배우라고 말한다. ‘다음’에도 함께하고 싶은 배우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배두나는 “저랑 같이 작업해보면 싫어할 수가 없다”면서 살짝 웃어 보였다.

이어 배우자는 “저 진짜 성실하고 지각 한 번을 안 한다. 저는 무조건 영화만 생각한다. 내가 더 돋보이겠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 서로 상부상조해서 작품을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면서 “저는 주연 배우는 대접받고 조연, 단역은 섭섭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분량이 많고 적은 역할은 있지만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치관을 배우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배두나가 배우로서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신인 시절부터 ‘좋은’ 현장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배두나는 “서로 아끼는 현장에서 일을 배웠다. 존경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진 아티스트들이랑 일을 하면서 좋은 걸 많이 흡수했다”라고 했다.

그 태도는 배두나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분량의 차이만 있을 뿐, 큰 배우와 작은 배우는 없다는 신조 아래 좋은 작품이면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함께 해왔다. 배두나는 “저는 진짜 제 마음대로 고른다. 종종 ‘배두나가 저런 작품을?’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왕왕 있을 거다”라면서 “저는 ‘도희야’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 결정하는데 5분도 안 걸렸다. 저는 그 작품이 작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산이 적을 뿐이다. 많은 관객들에게 그 작품이 만인의 연인이 될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연인이 됐으니 한 거다”라고 말했다.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를 다채롭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자신이 필요로 하다면,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지만 ‘배우 배두나’는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바이러스 |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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