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말아먹는’ 정감있는 K푸드

조수진 (주)일미푸드 대표 2025. 5.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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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K푸드 잉글리시 ⑤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요즘 K-푸드 열풍이 거세다. 많은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김치말이 국수(Kimchimari Guksu)’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름을 오해한 귀여운 해프닝들이 한국인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말다’라는 한국어 단어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김밥을 말다’, ‘이불을 말다’, ‘머리를 말다’, ‘국에 밥을 말다’처럼, ‘말다’는 ‘감싸다’, ‘감다’, ‘섞다’ 등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심지어 ‘말을 말다’처럼 ‘그만두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런데 외국 유튜버들이 ‘김치말이 국수’를 영어로 직역해 ‘Kimchi Rolled Up Noodles’로 ‘말다’를 돌돌 말다(roll)로 오해하였다. 사실 김치말이 국수는 차가운 김칫국물에 국수를 말아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다. ‘김치말이 국수(Kimchi Rolled Up Noodles)로 직역을 하게 되면 국수에 김치를 말아서 먹게 되는 것이다. 이것조차 맛있다고 하는 반응을 보면 K 푸드를 영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K 푸드 자체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말아서 — 우리 식탁의 작은 행복

“엄마가 국에 밥 말아주셨어.”

이 짧은 한마디에는 따뜻한 기억이 녹아 있다. 뜨거운 김칫국에 밥 한 숟갈을 담그고, 입안 가득 퍼지던 시원하고 매콤한 맛, 그리고 온몸을 데우던 따스함 —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말아서 먹는” 행복이다.

김밥 — 재료를 감아 만든 작은 축제

이제 곧 가정의 달 5월이다. 한국에서는 소풍을 준비하며 김밥을 많이 싼다. 밥과 시금치, 단무지, 당근, 우엉, 달걀 같은 다양한 재료를 김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정성껏 돌돌 말아 하나의 김밥을 완성한다. 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다양함을 하나로 묶어내는 정성의 상징이며, 특히 소풍날 엄마가 싸주던 김밥은 사랑과 정성이 담긴 하나의 작은 축제였다.

한국 음식 속 정감 어린 표현들

한국어에는 음식과 술자리 문화 속에 정이 담긴 표현들이 많다. ‘한잔 걸치다 (grab a drink)’, ‘한상 차리다 (set up a full table)’, ‘잔을 돌리다 (pass the glass around)’, ‘해장하다 (get over a hangover)’. ‘손맛 (homemade taste)’과 같이 정감 있는 한국식 표현들이 많으나 영어식 표현은 그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

특히, “한잔 하자” 라는 말에는 단순히 술을 마시자는 의미 이상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힘들었던 일 얘기하면서 풀자”, “네 마음을 내가 들어줄게”, “넌 혼자가 아니야”처럼 진심을 건네는 초대이자 연대의 표현이다.

‘김치말이 국수’ 외에도, 한국 음식에는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것들이 많다. ‘눈깔사탕 (Marble Candy)’은 구슬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만, 직역하면 ‘Eye Candy’가 되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할머니 뼈해장국 (Grandma’s Pork Bone Stew) 또한 할머니의 뼈를 끓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따뜻한 뼈 해장국이다. 아귀찜은 이름에서 풍기는 건 다소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매콤하게 찐 생선 요리다.

손칼국수는 (Handmade Knife-Cut Noodles) 손으로 반죽하고 칼로 썰어 만든 따뜻한 국수로 우리들에게는 음식 이름만으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유튜버들이 김치를 국수에 말아 싸먹는 그 호기심과 애정처럼, K푸드에서 맛뿐만 아니라 단어에 담긴 정성과 따뜻함까지 함께 ‘말아’ 즐기는 재미를 한껏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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