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이혜영, 배우로 산다는 것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5. 5. 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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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이혜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 번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성별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배우 이혜영이 계속 연기를 하는 이유였다.

지난달 30일 개봉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로, 이혜영은 극 중 킬러계 레전드 조각을 연기했다.

이혜영은 민규동 감독의 권유로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조각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과 잘 어울릴 것 같지도 않았단다. 무엇보다 대부분 거칠고 뻔한 액션 영화의 대사 스타일과는 다른 조각의 말투로 인해 더욱 영화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현실적인 조각의 힘에 대해 궁금하긴 했다.

선뜻 ‘파과’를 선택하기엔 마뜩지 않았지만, 조각이 되기로 결심한 건 온전히 민규동 감독의 힘이었다. 이혜영은 민규동 감독의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좋아했다면서 “제가 배우가 된 궁극의 목적이 뮤지컬 영화였다. 그때는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가 익숙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저는 그 영화를 보고 민규동 감독이 뮤지컬 영화를 하면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감독님이 ‘파과’를 그런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나라는 상상을 했다”라고 했다.

민규동 감독에 이끌려 조각이 되기로 한 이혜영은 먼저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 파고들었다. 손톱(신시아)이던 시절 쓸모에 대해 알려 준 류선생(김무열)을 잃고도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는 조각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혜영은 조각을 류선생의 환생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혜영은 “그게 아니고서는 이 여자가 살아야 할 이유가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조각이 ‘쓸모’에 대한 증명을 매 순간 하면서 살았던 것처럼, 이혜영에게 ‘파과’는 ‘쓸모’ 있는 배우로서 모두와 함께 가는 길을 가는 방법에 대해 체득하는 여정이었다. 대본에 충실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만 가지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것이 익숙했던 이혜영은 ‘파과’도 늘 그래왔듯이 연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민규동 감독이 “대본 꼭 보시고 나오셔야 한다. 여기에 있는 100명 가까운 사람들은 대본대로 할 거라고 믿고 나왔는데 그러시면 우린 못한다”며 이혜영에게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이혜영은 “내가 쓸모 있는 배우가 되려면 민규동 감독과 이 프로세스 안에서 살아남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물론 민규동 감독의 요구를 단번에 납득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촬영하는 내내 매일마다 일지를 쓰며 민규동 감독을 원망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연기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불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혜영은 “나는 사실 그렇게 한 게 없다. 조각의 모습은 감독님이 상상한 대로 만든 것”이라면서 “옷 입는 것부터 모든 걸 통제받았다. 감독님이 저를 모든 면에서 절제시켰다”라고 했다.

꽤 많은 분량의 액션 신도 이혜영에게는 부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혜영은 액션 연기에 대해 “모든 게 다 힘들었다”면서 “조각은 액션 신에서 아무런 감정 드러내지 않는다. 아파도 너무 아픈 척하면 안 된다. 쿨하게 기운을 빼야 한다. 말하자면 그렇게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라고 했다. 또한 매번 부상을 입을 정도로 촬영했지만, 다치기만 하고 보람은 없으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고독감에 허우적거려야 했다.

촬영 후반부에는 민규동 감독에 대한 원망이 미안함으로 바뀌길 간절히 바랄 정도였다. 그 바람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과’를 처음 봤을 때 이뤄졌다. 이혜영은 “감독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싶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민규동 감독과 함께 만든 조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이혜영은 투우를 연기한 김성철에게도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혜영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는 김성철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김성철에게는 아직 경험이 많이 없는 데에서 오는 저돌적이면서 청순한 힘이 있었다. 성철이가 한 살만 더 먹어도 안 될 것 같다. 얘만 갖고 있는 그게 있다. 그건 성철이가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혜영은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고통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모든 역할들이 고통스러웠고, 연기를 하며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고통에 좀 더 익숙하기 때문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이어 이혜영은 “성별과 역할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자를 한계를 넘어선 한 인간으로서, 배우도 늙든 젊든 여자를 떠나서 한 존재로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이혜영 | 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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