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 스트레스" 상업화 된 어린이날에 허리 휘는 부모들

"언젠가부터 어린이날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아요."
경기도 평택에서 6살 아이를 키우는 최모(27) 씨는 매년 돌아오는 어린이날이 반갑지만은 않다. 큰맘 먹고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선물했지만, 친구들이 받은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이가 실망했던 기억이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번 어린이날은 아이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더 비싼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며 "어린이날이 기쁨보다 스트레스가 됐다"고 털어놨다.
5일 어린이날, 경기도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렸고 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나들이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놀이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붐볐고, 체험형 행사장에는 길게 줄이 이어졌다. 수도권 각 지자체는 어린이날을 맞아 대형 공연, 과학 체험전, 무료 입장 행사 등을 마련했으며, SNS와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관람 후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야외 활동은 주로 부모의 시간과 비용 부담 위에 성립되기에, 어른들에게는 경제적·시간적 이중 부담이 겹치는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2023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20~60대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날 성인 1인당 평균 지출 비용은 약 12만 4,800원에 달했다. 구매가 증가한 품목은 장난감(68.5%), 전자기기(49.2%), 체험형 상품(32.6%) 순이었으며, 이는 단순한 용돈이나 장난감을 넘어선 고비용 지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대는 평균 14만 3,300원, 60대는 13만 4,900원을 사용해, 전 세대 중 높은 소비 성향을 드러냈다.
SNS가 불러오는 비교심리도 부모들을 힘들게 한다. 인스타그램과 맘카페 등에는 '어린이날 기념 파티', '선물 언박싱', '특급 여행' 등 화려한 콘텐츠가 줄을 잇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치원 친구 부모님은 호텔에서 파티를 해줬다는데, 나는 편의점 케이크만 사줬다"며 자책하는 글이 올라와 수백 개의 공감을 받았다. 실제로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이날 계급론'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의 고충도 크다.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못하는 맞벌이·자영업 가정은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것조차 버겁다.
직장인 이모(35) 씨는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늘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어린이날인데도 잠깐 짬을 내 인근 공원에 다녀온 게 전부"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상업화된 어린이날이 가족 간 진정한 소통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어린이날이 상업화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가의 선물이 아니라 부모의 진심 어린 관심과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나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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