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자비의 다른말"… 불교 사회적 역할 앞장서는 수원사 회주 세영스님

김민아 2025. 5. 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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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수원 수원사에서 세영스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복지는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에요. 은사스님께서 강조하신 '원수는 갚지 말고 은혜는 갚아라'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습니다. 모두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요. 그게 바로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 활동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론 혼란하고, 경제는 저성장에 발목 잡혀 침체에 빠져있다. 고통은 자연스레 국민들의 몫이 됐다. 갈등과 반목, 대립으로 점철된 작금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수원사 회주 세영 스님은 '자비심'이라고 했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더불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고통에 신음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스님은 "감사와 사랑, 존중이 바로 자비"라면서 "지역을 위한 복지 활동이 곧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자 화합의 길로 나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영 스님은 오랜 세월 복지 영역에 헌신해온 이유를 '사명'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택 만기사, 여주 신륵사 주지 소임을 보며 수 십 곳의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지원해오며 지역사회의 복지 토대를 다져왔다. 성폭력보호기관, 장애인보호작업장, 이주민센터, 탈북민쉼터 등 낮고 어두운 곳에 자비의 손길을 끊임없이 내밀고 보듬었다. 이들은 스님과 함께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켜나갔다.

수원사에 부임한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어도 스님의 초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간 쌓아온 복지 역량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주지로 부임하자마자 인근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를 살폈다. 어르신들이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것을 보고 사찰 인근 건물들 사들여 경로당을 조성했고, 종합복지관, 요양원, 영보자애원 등 7곳의 복지시설을 위탁운영했다.

도심 포교당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시민 누구나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근한 사찰로 변모시켜나갔다. 자애로운 미소로 시민들과 신도들을 반겼고, 스님의 노력은 수원사를 수원 제일의 사찰로 거듭나게 했다.

이제 스님은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위안부 피해 여성 보금자리였던 광주 나눔의집 대표이사로 선출되면서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불교계가 발 벗고 나서 설립하고 운영해 온 광주 나눔의집. 내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영 스님은 '나눔의집 활성화'를 목표로 재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우선 산적해 있는 법적·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역사관 전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월주스님의 나눔의집 설립 취지와 그 뜻을 살려 국민 모두가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수십 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불교복지계 선구자적 인물로 평가받는 세영스님은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러 무겁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또 한 번 나에게 주어진 사명임을 깨닫고 정진해나갈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다음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행한 세영 스님과의 일문일답.
24일 수원 수원사에서 세영스님이 합장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수원에서 제일 유명한 사찰을 꼽으라면 수원사를 빼놓을 수 없다. 2014년부터 주지로 부임해 10년 넘게 소임을 맡고 있는 만큼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수원사는 수원시민의 절이다. 시민이 와서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지로 부임하고 불사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주차장과 지하공간, 휴게실을 조성하며 도량 정비를 했다. 또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가가다 보니 수원사가 굳건히 자리를 지킨 듯하다. 포교라는 건 별다른 게 없다.

-수원사는 복지시설 7곳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불교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다. 지역민들이 잘살고 행복해야 발전이 있지 않나.

-스님이 생각하는 출가자의 책무는 무엇인가. NGO, 복지 활동을 시작한 것과 연관이 있는가.

"출가 후 불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나투실 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하지 않았나. 즉 인간은 고귀하다는 말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주는 일이 자비실천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 답을 복지에서 찾았다. 흔히들 출가자의 본분이라 하면 기도하고 수행하는 게 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30년이 넘도록 어린이, 청소년, 노인, 탈북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왔는데 그렇다면 스님에게 복지란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지.

"복지는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일을 출가자가 해야 하지 않겠나. 열정, 관심 그리고 원력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아직도 처음 그 마음가짐 그대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다. 사명감이 없다면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을까. 중간에 지쳐 나가떨어졌을 거라고 본다."
24일 수원 수원사에서 세영스님이 걷고 있다. 임채운기자

-어린이집, 아동센터, 대안학교 등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 신경 써온 점이 인상깊다.
"막연하게 '학교를 운영하겠다'라는 꿈은 가지고 있었는데 30대 초반에 평택 만기사 주지로 오면서 이룰 수 있었다. 200평 정도 부지에 어린이집을 지어 운영했다. 대형 버스 면허를 취득해 직접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기도 했다. '스님이 왜 그런것까지 하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륵사에서도 경기도교육청 지정 대안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웃음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내 몫이었다."

-이주민 센터, 탈북민 쉼터, 성폭력 쉼터 조성 등 약자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는데.
"이주민, 탈북민, 특히 성폭력 피해 입은 장애인들은 마땅히 갈 곳도, 보호받지도 못한다.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지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원사 바로 옆에 집을 매입해 여성 탈북민들이 살 수 있도록 했고, 장애인들을 가해자와 분리해 휴식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생태지평 공동이사장도 맡을 정도로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별한 철학이나 가치관은 없었다. 그러다 환경 운동을 하던 도법, 수경 스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오염되고, 지리산이 망가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더 나아가 대안까지 마련할 수 있는 환경단체인 '생태지평'을 창립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종교에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고 출가자로서 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지난해 나눔의집 대표이사로 선출되면서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나눔의집이 불교계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크지 않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불교계가 발벗고 나섰다. 위안부 피해 여성의 보금자리 월주스님께서 '나눔의집'을 설립하시고 어르신들을 모셔왔다. 어르신들이 나눔의집에서 온전한 쉼을 갖고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그러나 내부 문제로 인해 그간의 공은 다 잊혀지고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우리 손으로 시작한 일인데 놓을 순 없다. 대표이사직을 수락했고, 재도약을 위한 준비 중에 있다.

-나눔의집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오지 않았나. 취임 일성으로 '활성화'를 내세웠는데 스님의 운영 구상 방안을 듣고 싶다.
"나눔의집이 사회복지법인으로 되어있다. 지금 어르신들이 한 분도 안계셔서 양로시설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역사관 뒤에 마련된 봉안시설도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광주시에서 원상복구 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온 상황이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역사관으로 운영할 수 있돌고 TF를 구성해 법적, 행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문화공연, 전시 등을 추진해 관람객들이 피해 어르신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요즘 같은 혼란한 시기 부처님가르침이 매우 필요하다 느낀다. 스님께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세상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가치는 우주하고 바꿀 수 없고, 거룩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일이 없다. 모두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면 이 세상이 괴로움 없고,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될 수 있다."

김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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