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영상] 플라스틱 쓰레기로 둥지 짓는 도시 새

도시 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둥지를 짓고 있다.
1994년 FIFA 월드컵 광고지, 1996년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 코로나19 당시 사용된 마스크. 모두 새 둥지에서 발견된 재료들이다. 네덜란드 내추럴리스 생물다양성센터 연구팀은 2월 25일 국제학술지 '생태학'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암스테르담 도심에 버려진 유라시안 물닭 둥지 15개를 수집해 둥지의 재료를 분석했다. 둥지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해 635개의 다양한 인공물이 쌓여 있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에 인쇄된 유통기한을 조사해 둥지가 만들어진 시기를 추정했다. 가장 오래된 쓰레기는 1991년 것으로 물닭은 최소 30년 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해 둥지를 지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닭은 심지어 둥지를 재활용하기도 했다. 보통 나뭇가지 같은 자연 재료는 빠르게 썩기 때문에 매년 새 둥지를 지어야 하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덕분에 물닭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지만 연구팀은 둥지를 재사용하면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이 물닭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들이 의도치 않게 '인류세'를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변화한 현대 지질 시대를 가리키며 플라스틱은 인류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화석으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오케-플로리안 하이엠스트라 네덜란드 내추럴리스 생물다양성 센터 연구원은 "역사는 인간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플라스틱 둥지 건축의 장단점을 계속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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