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왕자가 아들에게 물려준 재산 [인문산책]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싯다르타 왕자의 아들 라훌라는 그 이름의 뜻이 '속박'이다.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속박이었나 보다. 하긴 부모에게 자식은 속박이다. 출가를 꿈꾸던 싯다르타에게 라훌라도 속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붙인 이름치고 조금은 자학적으로 들린다. 위대한 출가자의 생애를 재구성하며 나중에 붙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왕자는 갓 낳은 아들을 둔 채 출가했고, 6년 고행과 6년 전법 활동 끝에, 무려 12년 만의 귀향을 맞이했다. 부왕은 출가한 아들의 마음을 돌려보려 끝까지 노력했다. 왕자가 있는 라자가하로 사신을 보내, '이제 소원을 이루었으니 돌아오라' 간청하지만, 차례차례 명령을 받아 간 아홉 명은 돌아올 줄 몰랐다. 모두 부처가 된 옛 왕자에게 감복하여 출가하고 말았다.
왕자는 자기 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태양의 후예'라고 하였다. 핏줄이 섞이는 것도 싫어 족내혼으로 순수 혈통을 지키려 했다. 왕자의 아내인 야소다라도 막내 고모의 딸이었다. 석가(釋迦)란 '진실로 훌륭하다'는 뜻의 '사캬(Sakya)'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동족 앞에 다시 나서려면, 왕자 자신이 굳센 수행이 필요했고 그들 마음이 훨씬 누그러져야 했다. 그러는 데 12년의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 왕자가 출가했을 때, 그저 당황했던 석가족은 왕자가 최상의 부처가 돼 만인의 우러름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며, 해탈이 뭔지 모르지만 석가족 자존심에 부합한 자긍심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기에 12년 만의 귀향을 노벨상이라도 안고 돌아오는 금의환향처럼 여겼던 것 같다. 야소다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강력한 이웃 나라 공주였고, 왕자비가 돼 대를 이을 아들까지 낳았다. 탄탄한 생애에서 뜻밖의 일은 남편인 왕자가 출가해 버린 단 한 가지였다. 자신과 아들의 신분과 미래는 달라질 것이 없다 믿었다.
야소다라는 아들을 데리고 왕자를 만나러 갔다. 라훌라 곧 속박의 그 아들 말이다. 그녀는 '너의 아버지에게 가서 물려줄 재산을 달라 말하라'고 당당히 시켰다. 싯다르타는 어떤 재산을 얼마만큼 주었을까? 모두 일곱 가지였다. 곧 믿음, 계행(戒行), 악행을 두려워함, 악행을 부끄러워함, 법문, 보시 그리고 지혜―. 성스러운 목록 아닌가. 아들은 고이 받들어 석가학교 첫 입학생이 된다. 어린이날에 되돌아본 싯다르타 부자였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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