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시민’에 맡긴 재활용 분리… 美·유럽·호주는 ‘자동 선별장’이 한다

박상현 기자 2025. 5. 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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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는 유독 쓰레기 분리 배출이 복잡하다. 선진국이 ‘시민은 편하게, 선별은 정부가’라는 원칙으로 재활용 기술을 발전시켜온 것과 달리, 국내 재활용 인프라는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배출자 중심의 재활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플라스틱·캔·병·종이·비닐·음식물 등 여러 품목을 시민이 직접 나눠 버려야 한다. 라벨 제거, 이물질 세척 등 ‘세부 지침’도 많다. 페트(PET)가 재생 원료 가치가 높다면서 갑자기 생수·음료병을 따로 버리게 하기도 했다. 지침을 어기면 과태료를 물린다.

이렇게 요구 사항이 많은 것은 선별장의 자동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시민의 ‘책임’과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리 배출 방법이 복잡해질수록 오류는 많아지고, 이는 재활용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기준 폐플라스틱은 종량제 혼합 배출량(일 93.3g)이 분리 배출량(일 86.81g)을 역전했다. 귀찮아서 종량제 봉투에 같이 버렸다는 뜻이다.

반면 사업자 중심의 재활용 체계인 선진국에선 ‘혼합 재활용’이 보편적이다. 미국은 대도시에서 여러 재활용 쓰레기를 ‘하나의 통’에 섞어서 배출한다. 선별은 전국 600여 곳의 대형 자동 선별장(MRF)에서 이뤄진다. 특히 2010년부터 단일 수거(single-stream)가 본격화한 이후 광학 선별 기술 투자가 이뤄졌고,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더해지며 최근 지어진 MRF에선 1시간에 수십t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전국에 ‘모든 재활용품은 한 통에’라는 정책을 도입하고 선별은 MRF에서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재활용 쓰레기는 한 통에 버리고, 음식물·위험물만 따로 버리게 하고 있다. 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일부 국가에도 재활용 쓰레기는 혼합 수거 후 선별장에서 자동 분류하고 유리·음식물 등만 별도 수거하는 지역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시민은 돈을 내고 버릴 필요가 없고, 선별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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