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 이어 사법부 와해 시도

더불어민주당이 4일 사법부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헌정사 초유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와 특검 추진까지 거론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지만, “의원 대부분이 사법부의 행위가 위헌·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노종면 원내대변인)며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15일로 예정된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재판부에 재판 기일을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3 대선 전에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뜻으로,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와해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당에서 국민 뜻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 “히틀러보다 더하고 (북한) 김정은도 이런 일은 없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향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법원의 이 후보 선거법 사건 유죄판결을 “희대의 졸속 정치 재판이자 대선 개입”이라며 “윤석열 1차 내란, 한덕수·최상목 2차 내란, 조희대 3차 내란이라는 지적을 반박할 수 있느냐”고 했다.
◇“고법, 李 첫 공판일 연기해야“… 민주, 대선 전 결론 막으려 총공세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가 가진 모든 권한과 능력,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사법 내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 주도의 사법 쿠데타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 카드는 일단 보류했으나, 법원의 재판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도 법사위로 보내 묵혀두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이 결정된 당일 표결에 부쳤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이상) 찬성으로 가능해 민주당(170석) 단독으로 할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이흥구 대법관이 이 후보 재판과 관련해 재판장을 맡을 가능성이 법조계에서 거론된다. 이 대법관은 이 후보 파기환송 판결 때 오경미 대법관과 함께 유죄 판결에 반대 의견을 냈다. 원래 조 대법원장 다음 선임은 노태악 대법관이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는 노 대법관은 이 후보 선거법 사건 상고심 재판을 회피했다. 노 대법관이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에 다시 올라온 재상고심 재판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짜 개싸움이 시작됐다. 개싸움은 룰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김준혁 의원) 같은 말을 쏟아내며 사법부를 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궁극적 이유는 대선 전에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막기 위함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이 후보에게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형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15일로 지정한 첫 재판 기일을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7일부터 서울고법 앞에서 의원들이 아침저녁으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정지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해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 상정했다. 헌법 84조는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되기 전 기소된 형사 재판은 계속 진행되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아예 법을 개정해 재판을 정지시키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7일 법사위 개최한다. 모든 걸 걸고 사법 쿠데타를 막아내겠다”며 강행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김민석 최고위원은 “내란 특별재판소 설치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민주당의 이런 시도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했어도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과 108석 국민의힘의 반대로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에 제동을 걸 수단이 없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후보와 민주당이 입법권·행정권을 다 틀어쥔 뒤 법원 재판도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입법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김용민 의원은 지난 2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법조인은 “정권을 잡은 뒤 대법관을 친민주당 성향 법조인으로 채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입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전 이 후보 사건의 재상고심 판결이 모두 끝날 경우를 대비해 헌재에서 다퉈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의 헌재법은 위헌 결정이 난 법 조항을 근거로 판결했을 경우에만 헌법소원이 가능하게 돼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재판에 불복한 이들이 ‘나도 법원 판결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를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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