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라 했더니 울리는 감동 개그… 노래로 시청자 마음 열었어요

최보윤 기자 2025. 5. 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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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코너 ‘아는 노래’ 인기 이끄는 주역 개그맨 송필근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아는 노래’ 주인공인 개그맨 송필근이 KBS 스튜디오 객석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거실에 스마일 라인을 그어 그 선만 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웃는 규칙이 있었다”면서 “덕분에 집안에 웃음이 끊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장련성 기자

‘웃기라고 했는데 울리다니, 감정에 메마른 50대 아재 지금 오열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어처구니없어 웃기고, 개그가 감동 주는 세상이라니….’ ‘이 코너 때문에 10년 만에 개그 콘서트를 본방 사수합니다. 역대 최고의 코너로 기억될 듯!’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아는 노래’ 유튜브에 붙은 시청자 반응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 가사에 사연을 입힌 노래극이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3%대지만 코너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후 새 에피소드가 유튜브 채널에 오르기만 하면 조회 수가 수백만을 넘고, 1000~2000여 개 댓글이 붙는다. 주역은 이 코너의 주인공이자 콘티 짜고 노래 부르고 연기도 하는 개그맨 송필근(34). 편안한 음색의 노래와 사실적인 연기에 감동을 받는다는 반응이 많다. 2화 ‘숙녀에게’(원곡 변진섭)는 음원 발매 요청이 이어져 지난 3월 음원을 발매했는데 각종 음원 플랫폼 상위권에 올랐다.

최근 KBS에서 만난 송필근은 “원래 ‘5회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코너”라고 했다. ‘매운맛’ 프로그램이 가득한 요즘, 감동 코드가 먹히겠냐는 당초 우려를 뒤엎었다. 청각 장애인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숙녀에게’, 유기견의 시선으로 반전을 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장범준), 생사를 넘나드는 소방관의 애환을 담아낸 ‘세 글자’(엠투엠), 치매 어르신의 사랑을 그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김동률) 등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시청자의 눈물 버튼 역할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 신인 개그우먼 나현영과 동료 개그맨 정범균·박은영·윤승현 등의 감초 역할도 극에 활력을 준다.

개그 콘서트 ‘아는 노래’에서 연기하는 송필근(오른쪽)./KBS

인천이 고향인 송필근은 어릴 때부터 ‘개그 신동’ ‘개그 엘리트’로 두각을 나타냈다. 중학생 때 전 국민 대상 개그맨 발굴 프로그램인 ‘개그 사냥’에 합격했고, 고등학생 때 ‘개그 스타’에 합격했다. 스물한 살 때 KBS 코미디언 공채에 수석 합격해 2년 후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신인상도 받았다. 6년 전엔 인천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코미디 전용 소극장도 열었다. 이듬해 결혼도 했다. 원하는 건 모두 이룬 듯했다. 행복에 겨운 신혼을 보내던 2023년 초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찾아왔다. 괴사성 췌장염 진단이었다. 복수가 차오르고 진통제를 맞아도 고통이 잦아들지 않았다. 염증 수치가 정상치의 35배에 달했다. 입원 석 달 동안 몸무게가 35kg 빠졌다. 5시간 넘는 수술 끝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는 “‘더 웃겨야 해’ 하며 스스로를 강박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역경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예민한 선배’라며 눈치 보던 후배들과 주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기꺼이 내놓았다. ‘숙녀에게’의 실마리는 아내가 풀어줬다. ‘어쩐지 그댄 내게 말을 안 해요’라는 가사에 사춘기 딸과 엄마의 속내를 담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경북 대형 산불에 유명을 달리한 소방관을 떠올리며 만든 ‘세 글자’는 개그우먼 김영희가 제안했다. 가사 속 ‘사랑해’라는 ‘세 글자’에 착안해 마지막 순간 순직 소방관들의 이름 세 글자를 배경에 띄웠다. 공식 유튜브 영상엔 “명단에서 선배·동료의 이름을 확인하고 다시 울었다”며 “기억해줘 고맙다”는 현직 소방관들의 사연이 이어졌다.

송필근은 “노래로 시청자의 닫혔던 마음의 창문을 연 건 ‘힐링 개그’를 꾸준히 시도한 ‘개그 콘서트’ 자체가 주는 힘”이라고 프로그램에 공을 돌리며 말했다. “요즘엔 유명한 가수분들 닮은꼴이라며 여성 팬들도 생겼어요. 곧 있을 변진섭 콘서트에 게스트로도 나가게 됐고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송필근(34)

2012년 스물한 살 때 KBS 코미디언 공채 27기로 수석 합격했다. 개그콘서트의 ‘놈놈놈’ ‘렛잇비’ 코너 등으로 2014년 KBS 예능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 ‘심곡파출소’ 등에 출연하며 개콘 부활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가 인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필근아 소극장’은 국내 유일한 코미디 전용 소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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