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은 학력평가도 ‘학교 밖’에서?
정규학교 진학 희망자 28.2%인데…‘교육권 침해’ 지적

전국연합학력평가(학력평가)를 응시하게 해달라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요청을 경기·부산·서울교육청이 거부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교육청들은 “학력평가 대상이 재학생에 국한되고, 학교 밖 청소년은 시험 뒤 제공되는 시험지를 각자 풀어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교육청이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권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법단체 ‘두루’는 지난 3월 학교 밖 청소년 10명을 대리해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교 밖 청소년도 학력평가를 응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기·부산·서울교육청은 지난달 7일 학교 밖 청소년은 법령상 학력평가 응시 대상이 아니라는 ‘검토회신서’를 보냈다.
교육청들은 “학교 밖 청소년은 관련 기관에서 별도 요청을 하면 시험 종료 후 문제지와 정답·해설지를 제공한다”며 “공개된 채점 결과와 통계 자료에 따라 성적 분포 내 개인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학력평가는 2001년 정부가 사설 모의고사를 전면 금지하면서 도입됐다. 전국 교육청이 돌아가며 출제해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이 연 4회 치른다. 수능과 유사한 형태인 학력평가는 학생들이 각자 실력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2023년 기준 16만6500명으로 추산되는 학교 밖 청소년에겐 이런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 내신 점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서 수능에 더 집중한다. 이들은 수능 적응력을 키울 기회가 적어, 입시 커뮤니티에는 실제 수능 고사장과 같은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수시모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소년생활기록부를 대입에서 채택한 대학은 지난해 기준 14개에 불과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대리한 홍혜인 두루 변호사는 “초·중등교육법은 ‘고교 재학생에게 학력평가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 뿐, 학교 밖 청소년을 배제하라고 규정하진 않는다”며 “교육청 답변은 아동·청소년 교육을 보장할 것을 명시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과도 충돌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교육과정평가원이 주도하는 수능 모의평가는 지원하면서 학력평가는 제외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인천시교육청 등은 지난해부터 청소년센터나 대학 강의실, 청소년수련관에 감독관을 배치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수능 모의평가 응시 기회를 제공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3년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능 모의평가 신청·접수 거부 사례 1125건을 공개하며 시정을 촉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홍 변호사는 “모의평가 지원이 가능하다면 학력평가 시험장을 제공하는 것도 무리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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