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 섹션, 깊이·글맛 있는 읽을거리 풍성…웹소설 등 범주 넓혀야”

이종규 기자 2025. 5. 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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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새 주말섹션 점검
다양한 장르 책 충분히 소개하고
폭 넓은 외부 필진들 관점도 참신
앱·사이트 기사 모음·분류 개선을
젊은층 유인할 콘텐츠 확보 과제
비판적 시각 돋보이는 문화 기사
정보전달 뉴스 적은 점은 아쉬워
제12기 열린편집위원회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대중문화 콘텐츠 점검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타블로이드판 주말 섹션 ‘.txt’를 발행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텍스트’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섹션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책, 사람, 세상을 읽는 지성·교양 섹션을 표방한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열번째 회의에서는 매주 금요일 발행되는 ‘.txt’ 섹션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문화 분야 보도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진선미 언론인권센터 이사(노무사),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승근 뉴스룸국 뉴스총괄부국장, 서정민 문화스포츠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은 ‘.txt’ 섹션을 중심으로 한겨레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김지현 이번달에 처음으로 집중해서 ‘.txt’ 섹션을 읽어봤는데, 인문학 관련해서 좋은 콘텐츠들이 너무 많더라.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txt’ 페이지에 오래 머물며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는 사람만 찾아와서 읽는 공간인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공유용 요약 콘텐츠 같은 걸 만들어서 유통시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홈페이지에서는 연재물의 기사 하나를 읽으면 나머지 기사들도 모아서 볼 수 있어서 편한데, 모바일 앱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 모바일에서도 콘텐츠를 모아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동중에도 지인들에게 좋은 기사를 바로 공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손종욱 우선 판형과 지면 양식이 기존 토요판(한겨레S)과 비슷해서 좋았다. 토요판 폐지를 아쉬워했던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책 기사의 경우 예전 토요판처럼 교양, 학술, 문학, 어린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충분히 소개해줘서 좋다. 타사와 견줘 독서 관련 지면이 많은 것이 한겨레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워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는 만화는 위트가 담겨 있어 재미있게 보고 있다. 커버스토리에는 책과 관련된 흥미롭고 유익한 기획기사들이 실리고 있어서 좋은데, 커버스토리 기사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한겨레가 역량을 집중해서 만든 기사들이니, 온라인에 이 기사들을 따로 묶어서 서비스하면 좋을 것 같다. 예전 토요판 시절에는 그렇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권오성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정량적인 분석을 해봤다. 한겨레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문화 기사 총량은 적은 편이었다. 대체로 디지털 이슈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는 언론사의 문화 기사 출고량이 많았다. 한겨레는 속보보다는 공이 많이 들어간 기사를 주로 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기사 대비 문화 기사 비율은 경향신문보다는 높고 조선일보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왔다. 한겨레와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국방송(KBS) 문화 기사들을 토픽별로 분류해보니, 한겨레를 뺀 세곳은 가장 큰 토픽이 ‘축제’로 분석됐는데, 한겨레는 ‘문학’으로 나왔다. 한겨레가 문학 영역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txt’ 섹션은 연재물이 많은데, 연재물 전체 기사를 보려면 로그인을 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싶다. 물성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txt’에 끌릴 것 같은데, 지난번 필사 기획처럼 오프라인 행사 같은 걸 주제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선미 이번 회의가 저에게는 한겨레 문화 기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됐다. 참 좋은 기사들이 많더라. 무엇보다 기사들이 타사와는 차별성이 있어서 좋았다. 타사 문화 기사들 보면 가십성 기사, 자극적인 콘텐츠가 굉장히 많지 않나. 한겨레는 타사와 달리 깊이 있고 비판적인 접근을 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최근에 본 ‘서예지 ‘가스라이팅’도 웃음으로 승화?…또 이미지 세탁소 된 SNL’ 기사가 한 예다. 서예지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타사와 달리, 이 기사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더라. 한겨레의 문화 기사에는 정보 전달형 뉴스보다는 에세이형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한겨레만의 깊이와 원칙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짧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도 필요할 것 같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둘다 충족시키려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쇼츠(짧은 영상)를 기사와 연계해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이번에 한겨레 홈페이지에서 문화 기사들을 읽다 보니 기사 분류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다.

형광석 ‘.txt’ 섹션은 독자들에게 대학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 시대에 텍스트가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txt’가 교양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달해주는 대학 교재 같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txt’ 기사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개념을 많이 배우고 있다. 최근에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쓴 책을 소개한 기사를 봤는데, ‘부정적 외부성’이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실업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지식의 보고’ 같은 역할을 잘 해주기 바란다.

제정임 ‘.txt’ 섹션에는 신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굉장히 탄탄한 문장에 담아서 전달하는 좋은 기사들이 많다. 깊이도 있고 글맛도 있는 기사들이 많아서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읽어보곤 한다. 책 소개 기사도, 예컨대 탄핵 국면에서는 헌법을 다룬 책들을 모아서 깊이 있게 보여주는 식으로, 시의성을 최대한 살려 지금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줘서 도움이 많이 된다. 소설가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일하는 사람의 초상’ 연재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과 관련해 우리가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려줘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이 소설가들을 포함해 다양한 외부 필진이 참여하고 있던데, 기자들과는 좀 다른 신선하고 깊이 있는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웃소싱을 성공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도 있다. 다양한 읽을거리, 볼거리를 소개하는 섹션인데, 지금 2030 세대가 열광하는 웹소설, 웹툰 분야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웹소설과 웹툰은 젊은층이 큰 관심을 갖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이고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젊은층을 한겨레 구독자로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서정민 칭찬과 조언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공유용 요약 콘텐츠의 경우, 저희 텍스트팀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하고 있긴 한데, 들이는 품에 비해 좀 한계가 있다.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 정보성 기사 확충, 커버스토리 연재 서비스, 쇼츠 활용 등에 대해서도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 웹소설과 웹툰 관련 지적은 저도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외부 필자 섭외 등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뉴진스를 둘러싼 비상식적인 과열 보도 행태를 짚은 기사는 한겨레의 저널리즘적 품격을 보여준 좋은 기사였다. 홈페이지의 뉴스 분류와 메뉴 배치, 검색 등 서비스 전반을 독자 눈높이에서 수시로 점검해 주기를 당부드린다. 내부적으로야 다 이유가 있겠지만, 독자들이 내부 사정까지 이해해 주리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진선미 위원)

•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끌려가지 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한겨레가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타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관점이었다.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 질서나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 양상 등 세계사적 의미를 잘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권오성 위원)

• 항공대역이 서울 홍대입구역과 연결되면서 항공대 부근 상권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상권이 얼마나 몰락했는지,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전철 개통으로 어려워진 한 마을’ 이야기로 끝나서 좀 공허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지역들이 많을 텐데 다른 사례도 넣어서 좀 입체적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김지현 위원)

• 염전 강제노동 기사 등 혐오 댓글이 달릴 수 있는 민감한 기사들의 댓글창을 닫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21이 최근 ‘내가 틀렸다’ 기획을 시작했는데, 대선 후보들로 끝내지 말고 다른 오피니언 리더로까지 대상을 넓혔으면 좋겠다.(손종욱 위원)

• 대선을 맞아 지역별 의제를 점검해보는 기획을 해주면 좋겠다.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청년의 목소리, 장애인, 농업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장제원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권력형 성폭력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진실 규명이 중단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형광석 위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문은 민주주의 공부 차원에서도 시민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헌재 파면 선고 소식을 전한 특별판 1면에 결정 요지를 실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지면을 보관하고 싶어할 것 같다.(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원들은 4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7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키오스크 앞에 선 노년…디지털 조력자 어디 없나요?’ 기사였다.

1. 키오스크 앞에 선 노년…디지털 조력자 어디 없나요? 논설위원실 황보연 논설위원

한줄평: “디지털 격차가 노년층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호소력 있게 전달” “노인 연령 상한만 논의되는 시대, 꼭 필요한 문제 잘 짚어준 기사”

2. 윤석열, 나랏돈으로 캣타워 500만원에 ‘히노키 욕조’ 2천만원 정치부 김남일 기자

한줄평: “퇴거 현장을 면밀히 살펴 추락한 권력자의 뻔뻔한 민낯을 드러낸 기사”

3. 9유로 티켓 독일 민주주의가 키우다 국제부 장예지 특파원

한줄평: “기후위기 시대 교통정책의 대안을 현지 취재로 설득력 있게 조명”

4. 보령머드 ‘장인’의 5천원 뚝배기…“다이소 납품, 남는 건 인건비뿐” 경제산업부 박지영 기자

한줄평: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다이소의 이면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 기사”

5. 최악의 ‘위기국가’ 수단 내전 2년…“우린 금의 저주를 받았다” 국제부 정유경 기자

한줄평: “우리가 알아야 할 수단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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