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히 살아줘 고마워요”···장기기증 유가족 가슴에 활짝 핀 카네이션

“주아가 새 생명을 선물 받고 (투병한 지) 560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어요.” 감사 편지를 읽던 김주아양(4)의 아버지 김재겸씨(39)가 장기기증자 유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생후 7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은 주아양은 2023년 12월24일 심장이식을 받았다. 김씨는 “이식 소식을 들었을 때 잠시 뒤 누군가가 주아에게 귀한 생명을 주고 가족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주아와 천사의 심장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가정의달인 5월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어린이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 서로 만나는 ‘생명 나눔, 다시 만난 봄’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주아양을 비롯해 심장 이식을 받은 강윤호군(9), 김채성군(4), 이온유군(5)의 네 가족과 ‘도너패밀리‘(장기기증자 유가족) 23명이 참석했다. 기증자 유가족들과 이식 어린이 가족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있어줘 고맙다”, “새 생명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선 어린이날을 앞두고 선물 증정식도 열렸다. 심장 이식을 받은 어린이들은 제자리에서 힘차게 뛰었다. 조혜성씨(29)는 아들 온유군이 여기저기 뛰어다니자 난감해했지만, 기증자 유가족들은 오히려 건강한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씨는 “온유에게 기적이었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대신 받았기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며 “(공여자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온유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이날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기증자 유가족들에게 달아줬다. 기증자 고 서정민군(1)의 엄마 이나라씨(32)는 주아양이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이씨는 “제 아이가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며 “이 아이(김주아양)가 병원에서 오래 치료받고도 건강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감사했다. 정민이가 정말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10여차례 넘는 수술과 인공심장을 달고 있다가 지난 1월31일 심장이식을 받은 강군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예전에는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고 어지럽고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달려도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빨리 뛴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언젠가 기증자 부모님을 만나면 건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식인 어린이들과 기증자 유가족 사이에는 직접적인 기증 관계가 없다. 현행법은 관계기관의 중재로 이식인과 기증인 유가족의 서신 교류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뿐 정보공개는 금지한다. 강호 도너패밀리 회장은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유가족은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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