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거장의 위대한 상상력..윌리엄 켄트리지 대표작, GS아트센터 무대에

남아공 출신 현존 최고의 전방위 예술가
음악 연극 무용 영상 넘나들며 경계 지워
GS아트센터 ‘예술가들’ 시리즈 첫 인물
대표작 ‘시빌’ ‘쇼스타코비치 10…’ 선보여
현존 최고의 전방위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이달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자신의 대표작 ‘시빌’과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을 선보인다.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 양식을 선보여 온 켄트리지는 70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탁월한 상상력을 뽐내고 있으며,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존경받는 세기의 거장이다. 시각예술로 출발했으나 현재 세계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로 꼽히며, 하는 일도 직업도 하나의 언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두 공연은 서울 역삼동 GS타워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최근 개관한 ‘GS아트센터’ 가 ‘경계 없는 예술-경계 없는 관객’을 모토로 선보이는 기획 시리즈 ‘예술가들’의 일환이다. 시, 음악, 연극, 무용, 영상 등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와 정치를 비판하고 사회와 인간을 성찰해 온 켄트리지 예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전방위 예술가…윌리엄 켄트리지는? = 켄트리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으로 1950년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던 시기, 인권변호사의 아들로 성장했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 사이의 모순을 생생하게 경험했고, 그러한 성장배경이 작품 주제와 표현 방식에 깊이 녹아들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다가 화가가 되고자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의 연극학교에서 극과 신체 움직임을 공부했고, 영화감독 일을 배우기도 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역사적 현실은 그가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예술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시각예술계에서 명성을 먼저 얻었지만 켄트리지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하다. 2005년,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마술피리’를 애니메이션, 설치, 영상, 퍼포먼스 기법을 결합한 총체예술작품의 형태로 연출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전통적 무대 공연의 형식을 해체, 재구성하여 올린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코’(2010)와 베르크의 ‘룰루’(2015), ‘보체크’(2017)를 통해 시각적, 개념적으로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이며 스타 연출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오페라 형식을 차용하되 동시대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담긴 독특한 음악극 시리즈를 선보인다. ‘시간의 거부(Refuse the Hour)’(2012), ‘시빌(Sibyl)’(2019), ‘위대한 예, 위대한 아니오(The Great Yes, the Great No)’(2024) 등이 대표적. 이들 음악극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건들과 기억들이 만나고 해체되는 켄트리지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전형적인 벨칸토 창법의 오페라에서 벗어나, 각 시대와 문화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다양한 시대적, 문화적 의미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도록 유도한다.

◇ 시빌, 인간의 불확실한 삶과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 오는 9~10일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시빌’은 시, 음악, 연극, 무용, 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처럼 펼쳐지는 작품이다. ‘그 순간은 흩어져 버렸다’와 ‘시빌을 기다리며’, 두 작품으로 구성됐으며, 켄트리지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한데 결합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켄트리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동시대 체임버 오페라, 새로운 음악극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9명의 무용수와 보컬들이 펼치는 무대에서는 영상과 연기, 음악이 어우러지고, 수작업으로 그린 배경은 무용수의 그림자와 어우러져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한다. 이 캔버스에 나타나는 구절은 켄트리지가 영어, 러시아어, 히브리어 시집 등에서 본 인상 깊었던 150개 구절들을 모은 것으로, 수수께끼처럼 모호해 보이지만, 때로는 그 어떤 말보다 선명한 통찰을 전달한다. ‘시빌을 기다리며’는 2019년, 로마 오페라 극장 초연 이후, 런던 바비칸 센터,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 빈 페스티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됐고, 2023년 영국 공연예술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오페라 부분 최고상)을 수상했다.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 기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 이달 30일 한국 초연하는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을 중심으로 영상과 음악이 함께 하는 공연이다. 켄트리지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를 매개체로 영상과 음악을 동등하게 연결하는 특별한 무대를 창조한다.
스탈린이 죽은 해인 1953년에 발표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은 러시아 정치가와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예술가들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켄트리지는 이 곡이 지닌 다면적인 특성에 주목하며, 본 교향곡의 초연이 있었던 1953년 시점에서 되돌아본 1920년대에서 50년대에 이르는 소련 사회를 조명한다. 영상에는 버려진 박물관을 본뜬 판자로 만든 미니어처 세트에 쇼스타코비치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알려진 엘미라 나지로바, 시인 마야콥스키와 그의 뮤즈 릴리 블릭, 혁명가 트로츠키, 그리고 독재자 레닌, 스탈린 등이 등장한다. 쇼스타코비치가 보인 정권과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레닌,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모습이 켄트리지의 상상과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영상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클래식 지휘계에서 보기 드문 흑인 지휘자로 주목받으며 활약하고 있는 로더릭 콕스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에 참여한다. 콕스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동했고 2018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24년부터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이 첫 한국 내한이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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