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처방약 품목허가 갈수록 감소...왜?

천옥현 2025. 5. 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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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 일반약으로 눈돌려...지난해 허가 건수 처방약 추월
지난해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가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를 넘어섰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 치료제 '글루립틴듀오엑스알서방정2.5/1000밀리그램', '글루립틴듀오엑스알서방정5/1000밀리그램', 녹내장 치료제 '라타스트점안액'.

지난해 삼천당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전문의약품(처방약)이다. 2023년 23건이었던 전문의약품 허가 품목 수가 지난해 3건으로 폭싹 쪼그라들었다. 반면 2023년에는 없었던 일반의약품(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을 1개 허가 받았다. 여러 제약사가 앞다퉈 출시 중인 은행엽건조엑스 성분의 혈액순환 개선제 '써큐로민정'이다.

이는 비단 삼천당제약만의 일이 아니다. 셀트리온제약이 허가 받은 전문의약품 수는 같은 기간 23건에서 9건으로, 대원제약은 16건에서 4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삼진제약, 제일약품, 명문제약, 한미약품 등도 전년도에 비해 전문의약품 허가 품목이 10건 이상 줄었지만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는 조금씩 늘었다. 전문의약품 허가가 줄어드는 사이 일반의약품 허가는 꾸준히 증가세를 타며 품목 허가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허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는 총 550건으로, 2023년(884건) 대비 334건(37.8%) 줄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은 416건에서 582건으로 166건(39.9%) 늘어났다.

최근 3년간 흐름을 살펴봐도 추세가 뚜렷하다. 전문의약품은 2022년 1097건, 2023년 884건, 지난해 550건으로 매년 줄어드는 반면 일반의약품은 같은 기간 354건, 416건, 지난해 58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가 전문의약품을 앞섰다.

이는 제약사들이 전략적으로 전문의약품 비중을 줄이고,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일반의약품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의약품은 허가를 위한 심사 요건이 까다롭고 임상 자료 제출 등 기업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 시장을 둘러싼 규제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제네릭은 기존 오리지널 약과 약효가 같은지(동등한지) 확인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통과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여러 제약사가 함께 생동성시험을 진행한 뒤 데이터를 공유해 각자 허가를 받는 공동생동성시험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제네릭의약품이 너무 많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가 나섰다. 2021년 7월 약사법 개정을 통해 하나의 시험 결과로는 시험을 수행한 제약사(원제조사)와 위탁제조사 3곳까지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른바 '1+3' 규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제네릭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개량신약, 신약 또는 일반의약품 개발로 방향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반의약품은 심사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고,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형성할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대안이 된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의약분업 전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비율이 6대4였고, 분업 이후엔 8대2 수준까지 벌어졌는데 격차가 다시 좁아지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제네릭 허가에 대한 규제 강화, 특히 공동 생동 제한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네릭에 의존해 온 제약사들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판로로 일반의약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전략 변화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중 수익성이 낮은 품목은 정리하는 대신 일반의약품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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