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파르타 좀 보고 배워야"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2025. 5. 4. 10: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데이모닝 인사이트] A.웨스 미첼 전 유럽o유라시아 담당 국무부 차관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워싱턴=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노동절 시위 중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아기로 묘사한 인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5.05.02. /사진=민경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의 반향을 일으키는 가운데 무차별적 위협이나 강압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적을 견제하고 세력균형을 조정헀던 고전적인 강대국 외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두를 압도하는 방식의 외교는 실현 가능하지 않고 위험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경쟁국들과 교류하고 동맹을 재정비하는 전략적 외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A.웨스 미첼 전 유럽o유라시아 담당 국무부 차관보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강대국 외교의 귀환(The Return of Great-Power Diplomacy)'이란 기고문에서 "지난 수천년 동안 강대국들은 전쟁을 피하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며, 적국의 연합을 분열시키기 위해 전략적 외교를 활용해 왔다"면서 "적국과의 교섭뿐 아니라 동맹 재구성을 통해 미국이 경쟁국인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첼 차관보는 먼저 고대 그리스에서 동맹을 통해 입지를 강화했던 스파르타의 외교에서 지혜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스파르타의 왕 아르키모다스 2세는 아테네에 사절단을 보내 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헬라인이든 야만인이든 상관없이 동맹을 확보하고 국내 자원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외교정책을 추진한 결과 스파르타는 20년 후 아테네에 승리할 수 있었는데 결정적 요인은 군대의 우월성이 아니라 아테네보다 더 크고 강력한 동맹체제를 구축한 데 있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강대국들은 스파르타와 같은 전략적 외교를 통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적국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동맹을 형성하면서 유리한 세력균형체제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가 설계한 빈 체제는 세력 균형을 통해 오스트리아 제국의 강대국 지위를 지속시켰고,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은 러시아, 영국과 거래를 맺어 프랑스를 고립시키면서, 독일 제국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 이후 1990년대 전략적 외교에서 벗어나 압도적인 힘과 우월적 지위를 기반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변화시키려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엔 세계화라는 유토피아적 가치관과 더불어 미국의 군사력과 기술적 우위를 통해 포괄적인 세계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오만한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 미첼 차관보는 "자유주의는 지정학을 인간의 역사에서 제거하지 못했고 중국, 이란, 러시아는 자유주의 사회로 변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강대국 경쟁은 되살아났고, 체제간 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가 오류를 고치기 위해선 과거 닉슨 대통령이 추진했던 전략적 외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미첼 차관보의 생각이다. 그는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소련과의 경쟁에 집중했던 것처럼 현재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대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자원을 급격히 소모한 기회를 활용해 중국에 불리한 방식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첼 차관보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접근은 양보에 따른 회유나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서진이 아닌 동진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제약을 강화하고, 이해가 일치하는 영역에서는 제약을 완화하는 '구획된 데탕트(detente)'를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러시아가 수용하는 대신 아시아 동맹국들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 중국을 대체할 투자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제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과거 소련을 상대로 핵무기와 미사일 군축협정을 체결한 레이건 정부의 외교 전략 역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미첼 차관보의 입장이다. 지난 3년간의 전쟁으로 군사자원이 소모된 러시아는 재래식 전력 재건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기회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도 러시아와 새로운 군축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러시아로 하여금 미국의 억지전략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의 핵전력을 중국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러한 협정은 유럽에서 미국-러시아 군비 경쟁에 휘말리기 바라는 중국의 의도를 무산시킴으로써 오히려 중러 간에 균열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첼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섣부른 협상보다 러시아와의 데탕트, 동맹국들과의 균형 조정, 그리고 중동 안정화를 통한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유리한 외교적 입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적 역량을 재건하고 강화된 동맹의 힘을 바탕으로 할 때만이 중국과의 유리한 세력균형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적국과의 외교는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는 일시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동맹국 외교는 중심국이 더 큰 자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동맹국에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이탈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 두 가지를 조율하는 것이 바로 외교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미첼 차관보는 "전략적 외교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미국 외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외교의 본질은 지정학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경쟁이라는 압력 속에서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의 도구"라고 역설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