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겸재 명작의 감동이 몰려온다…서울서 펼치는 겸재 전시 2탄

감동은 멈추지 않는다.
200여년 전 조선 산하를 조선 사람의 시선과 감성으로 그린 겸재 정선(1676~1759)의 명화들은 경기도 용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2탄이다. 지난달 초 개막해 올 상반기 최고 전시로 자리잡으며 구름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전시에 이어, 서울의 미술관 두곳에서 겸재의 걸작 그림을 보는 감흥을 이어간다. 호암미술관의 명작 잔치에 빠져 애호가들에게 아쉬움을 준 겸재의 또 다른 수작들을 보충하듯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은 지난달 22일부터 개관 16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6월25일까지)을 펼치고 있다. 독일 성 오틸리엔 수도원이 소장했던 겸재의 화첩 그림과 서울대박물관의 유명한 ‘만폭동’ 그림을 선보인다.

겸재 화첩 그림은 1925년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조선 땅을 여행하면서 사들여 성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가져가 소장했던 것이다. 2005년 왜관수도원에 영구 임대 형식으로 돌아온 작품으로, 21점의 진경산수, 고사인물화, 산수인물화가 들어 있다. 간송미술관과 리움에 소장된 겸재 작품과 달리 명암의 대비와 표현적 요소가 도드라져 호암미술관 출품작과 비교해 보는 맛이 남다를 듯하다.
서울대박물관이 위창 오세창의 컬렉션을 이어받아 소장한 ‘만폭동’ 그림은 겸재가 그린 금강산 내금강 그림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박력이 돋보이는 명품으로 평가된다. 전시는 종교적 이상향으로 인식되던 금강산이 조선 후기 유람 대상이 되면서 진경산수화의 무대가 됐고, 그 뒤 근현대기 화가들에 의해 조형적 실험의 소재로 탈바꿈하는 변이의 양상들을 다룬다. 변관식, 이응노, 김호득, 김선두, 황인기 등 후대 화가들이 자유로운 조형 정신으로 표현한 금강산 그림들도 주목해볼 만하다.

리움과 간송에 이어 전통 고서화 명품이 많기로 유명한 고려대박물관도 개교 120돌 기념 특별전 ‘120년의 高·動(고·동), 미래 지성을 매혹하다’(12월20일까지)에서 소장 국보·보물 등 희귀 자료 120건(170여점)을 보여주면서 겸재의 유명한 산수도를 꺼내 든다. 한양도성 서쪽 인왕산 계곡의 청아한 풍경을 그린 ‘청풍계’로, 간송미술관의 같은 제목 작품과 쌍벽을 이루는 대작이다.
함께 나온 ‘금강전도’는 작지만 겸재의 최고 대표작인 리움 소장 ‘금강전도’를 그대로 압축시킨 듯한 느낌을 준다. 섬세하면서도 웅혼한 암산과 부드럽고 다기진 토산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소나무 아래서 생황을 부는 소년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명작 그림 ‘송하취생’과 19세기 초 창덕궁·창경궁 내부와 주변 풍경을 부감도처럼 세세하게 담은 국보 ‘동궐도’도 놓쳐선 안 될 고갱이다.

겸재 열풍의 본산인 호암미술관도 명작 교체로 애호가들의 엔(n)차 관람을 손짓한다. 유명한 ‘인왕제색도’가 이건희 컬렉션 미국 전시회를 위해 빠지면서 그 자리에 간송미술관 소장 ‘풍악내산총람’이 들어선다. 금강산의 가을 풍경을 음양의 기운이 갈마드는 토산과 암산의 절묘한 배치와 서릿발 내린 듯 머리 부분에 흰빛을 머금은 녹색 암산의 표현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겨울산인 개골산을 묘사한 ‘금강전도’가 기존 학계가 산정해온 50대 말기(1734년 작)인지, 간송미술관 연구자들이 주장한 70대 중후반기 작품인지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정황상 70대 중후반기 작품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풍악내산총람’은 유사한 구도와 도상의 ‘금강전도’가 비슷한 시기 작품임을 실증하는 근거로서도 의미 있다. 실제로 호암미술관 쪽은 ‘금강전도’ 공식 연도 표기에 이런 맥락을 반영해 기존 1734년을 빼고 18세기 중엽으로 수정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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