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반전 피프티피프티 ‘푸키’

피프티피프티는 데뷔 후 대체로 편안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다만 이미지 전략은 그렇지 않아서 공을 들이고 힘을 준 것이 여실히 체감된다. '푸키'는 특히 그렇다. 현실과 픽션을 테마로 펼쳐지는 뮤직비디오는 매우 인상적이다. 배경이 모호한 붉은 계단에서 아티스트가 춤추고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로 그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 달리는 기차의 차창이 무대이자 스크린이 되는 장면 등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2절에 들어서면 영상 전개가 극적 반전을 맞는다. 벽시계 뒤에 인물을 따라다니는 카메라가 숨어 있는 것이 보인다. 주인공들 세계는 갑작스러운 대재앙에 휘말리고, 급기야 이 모든 것이 세트장이었음이 폭로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픽션의 세계와 가짜 세트에서 중계되던 픽션의 세계 사이 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멤버들이 해맑게 춤추고, 소방관과 응급 환자가 기분 좋게 웃음 짓는다.
러브송 뒤 긴장감
‘알고 보면 모든 현실이 가짜였다'는 반전은 여러 콘텐츠에 드물지 않게 등장하지만, 피프티피프티의 뮤직비디오가 주는 임팩트는 상당하다. '푸키'가 매우 착하게만 들리는 노래여서 그럴 것이다.어쩌면 작품의 응집력을 좀 더 강화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1절에 등장하는 꽃다발은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을 대표하는 기호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의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대조가 다시 등장하거나 아주 유의미하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2절부터 시작되는 '트루먼 쇼' 시퀀스 또한 1절 장면들과 그다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후루룩 흘러간다. 바로 이런 이유들 덕분에 이 작품이 '부담 없는 뮤직비디오'와 '강렬한 인상' 사이에 슬그머니 자리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리드미컬하게 기세를 올리며 그 나름 기복을 형성하는 프리코러스처럼, 입맛대로 똑똑 잘라서 감상해도 좋을 시퀀스들이다. 다만 편안하고 다정한 러브송 뒤에 이면이 있을 것만 같은 긴장감은 작품 전체를 감상할 때 생겨난다. 그리 길지도 않은 2분 41초 시간을 들일 만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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