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처럼 비상권한 꺼내든 트럼프‥법원은 "위법·위헌" [World Now]

트럼프 대통령이 논쟁적인 이슈에서 사회적 합의와 의회와의 협조를 구하기 보다, 강행 돌파 방식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전례 없는 행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그 이유를 미국이 전쟁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과장하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먼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불법 이민을 '침략'으로 규정하며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로써 군 병력을 국내 치안 유지 목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 세계를 놀라게한 관세 부과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번엔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갑자기 채무 불이행 사태에 놓이거나, 경제적 파국에 놓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법적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이 법은 '국가 위기' 때 행정부가 국가 위기 때 의회 승인이나 무역국과 협정을 맺지 않아도 관세를 일방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비상 권한'을 부여합니다. 비상용 권한을 쓰려니 위기를 창조해야 합니다.
가장 논란이 큰 건 이민자들 추방에 사실상 사문화된 법안을 활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89년, 2백여년 전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토대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잡아들여 구금하고 추방했습니다. 미국 건립 초기 국가가 불안정할 때 만들어진 이 법은 "외국과 전쟁 중이거나, 침략 행위가 시도될 때" 외국인을 재판없이 체포, 추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중국이 허위 선동, 사이버전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을 국내에서 치르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비상계엄 발동 요건을 충족시키려고 사후적으로 준전시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됩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하이브리드 전쟁' 주장에 대해 그런 정황 조차 없었고, 정황이 있었다 한들 국회에 병력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권한 행사 시도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 재판부가 구금된 베네수엘라 이민자 3명이 불법 추방을 막아달라고 낸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성국민법으로 심리 없이 일괄 추방하는 건 위법하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법은 "문언상 '국가간 선전 포고된 전쟁' 또는 '외국 정부의 침략 약탈적 침입'이 있을 때 적용된다"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일반적이고 통상의 의미로 해석하면 군대나 무장 세력이 침략 목적으로 침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동원한 이민자 추방은 불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유권자들이 요구한 일을 하려는데 법원이 막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사람들한테 어떻게 '적법 절차'를 지켜줍니까?"
헌법과 자유와 같은 미국적 가치는, 미국인에게만 해당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미국이 지구상 가장 위대한 국가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는다. 우리는 헌법을 소중히 여기고 성경을 경외하며, 위대한 미국 국기에 경례를 보낸다"고 애국주의적 수사로 점철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6천여명의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미국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불리한 판결을 "좌파 판사들의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일종의 음모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지지자들도 판사 '좌표 찍기'에 호응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2백여 건이나 되는 소송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공화당이 지명한 대법관과 판사들마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들이 위법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생 시민권 폐지, AP기자들 전용기 탑승 배제,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기후 보조금 동결 등이 차례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법적 전투에서 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거대한 음모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세웅 기자(salt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5/world/article/6712745_367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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