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의 ‘지금, 이 문장’ [.txt]

한겨레 2025. 5. 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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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농구 선수 가와무라 유키가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계약을 했다. 173㎝의 작은 키지만 빠르고 민첩한 패스 능력 덕분이었다. 224㎝의 키에 3점슛도 잘 넣는 빅토르 웸바냐마 같은 괴물 선수가 즐비한 미국프로농구에서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만화 ‘슬램덩크’의 송태섭 현실 버전이라고 많은 팬들은 한껏 기대를 했지만, 올 시즌 경기 막판 3분 남짓 가끔 출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 글자: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 정철 지음, 허밍버드(2014)

우리는 만화가 실사가 되는 환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농구라는 경기에서 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러하듯, 내가 갖고 있는 능력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능력보다 재능이 더 어울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작은 키로 덩크슛을 작렬시키는 걸 꿈꾸나 현실에선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때도 분명 있다. 또 키가 작아 안 된다 자조하며 미리 그만둘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말이다. 우리에겐 팔이 남아 있다. 최선을 다해 팔을 뻗어보는 것이다.

팔을 노력이라고 생각해보면 뻗을 때마다 팔이 자라야 할 것 같지만, 노력으로 가능한 수준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축적의 시간이 나를 강하고 단단하게 성장시켜 주지만 키의 차이 30㎝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안간힘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조금 불쌍해진다. 어차피 안 될 거 알면서 팔을 뻗어보는 마지막 몸부림 같아 보이니 말이다.

그보다 적합한 말은 간절함이다. 간절하게 희망을 갖고 뻗어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까치발을 하거나 점프를 하면 더 좋겠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해도 간절히 팔을 뻗다 보면 한번은 원하던 목표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키가 능력이라면 팔은 간절함이다.’ 작가 정철의 절묘한 문장을 통해 재능과 노력의 의미와 한계를 전하고 싶다.

하지현 l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2025),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2023)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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