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TK는 수구꼴통 국힘당 인질로 살 건가
한 TK (대구경북) 지자체장이 연초 “이재명이 (대통령) 돼도 어차피 TK”라며 흐뭇한 미소를 날려 경악한 적이 있다. 물론 국민의힘 소속이다(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힘 대선 2차 경선 탈락 뒤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혀 나를 또 경악시켰다. 국힘에 정나미가 떨어진 건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대구시장직까지 중도 사퇴했던 위인이 대구시민께 사과 한마디 없이 서울시민으로 돌아간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국힘 1차 경선 때 탈락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박정희가 되겠다”는 대선 출마 선언으로 사람을 놀래켰다. ‘새로운 시대의’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했다. 하지만 유신독재시대 대통령 박정희를 언급하는 통에 그 좋은 공약들은 한 개도 생각이 안 난다.
● 계엄해도 TK만 “탄핵 반대”… 정권 재창출 바란다
TK 표심은 보통국민과 다르다. 국힘 출신 대통령이 파면 당해도 TK 일편단심은 변치 않는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52%인데 TK만 51%가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고 했다(4월 말 KBS 의뢰-한국리서치 조사). 탄핵에 대해서도 TK는 달랐다. 대통령 파면 두 주 전 갤럽조사에서 일반국민은 “탄핵 찬성”이 58%, “반대”가 36%인 반면 유독 TK만 반대가 과반을 넘었다. 그러니 TK자민련 같은 국힘이 “탄핵 반대”를 외치며 수구꼴통 짓을 하는 것이다.
● 대통령 배출한 TK, 통치이념으로 무장
아무리 이념적 양극화가 심해졌대도 실은 정치판과 개딸-‘태극기’만 극성맞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4월 말 현재 우리사회엔 중도가 제일 많다는 점(32%)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진보는 26%정도다(갤럽). 능히 짐작되듯 진보가 가장 많은 곳은 호남인데 계엄 직후인 1월만 44%일 뿐 2~4월엔 30%대였다. 그래서 의문이 솟는다. 호남도 전략적 투표를 하는데 TK는 왜 그리 보수적이어서 국힘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과거 TK는 그렇지 않았다. 새로울 신(新), 벌일 라(羅)라는 한자가 말해주듯,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나라가 신라였다. 그래서 신라의 삼국통일도 가능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TK는 신흥종교였던 유교이념을 적극 수용했고 일제 땐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으며 해방 전후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진보적이었다. 1960년 2월 28일 자유당 부정선거에 맞선 대구 고교생들의 2·28의거는 4월 혁명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다.
● TK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까지
TK는 영남 선비문화의 중심지라는 역사성과 함께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대분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이 있다. 전근대적 폐쇄성, 배타적 파벌주의, 유사 가족주의, 근본주의적 성향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보수정당 간판만 달면 찍어주는데다, 금배지만 달면 구석구석 경제 사회 문화까지 챙겨주고 챙김 받는 TK보스 정치(bossism)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심지어 TK에선 민주주의나 5·18민주화운동도 그리 높게 안 본다(채장수 경북대 교수 2023년 논문). 한국의 보수가 워낙 반공주의 성장주의 지역주의에 영향 받으며 입때껏 왔지만 TK보수는 ‘보수 정치권력’의 통치이념과 겹치는 권위주의(가부장주의) 연고주의까지 왕관처럼 쓰고 있다.
● 일편단심 TK가 오만한 국힘 만들었다
수구주의는 변화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이상적 과거로 돌아가려는 이념이다(2004년 대통령 노무현은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틀렸다. 그건 수구였다). 선악의 이분법, 동질적 분위기, 지도자가 독점하는 진리, 음모론이 주름잡는 사회가 여기 속한다. 대구 보수가 이 흐름을 주도한다는 게 채장수의 지적이다. 극우 논란 속의 국힘과 윤석열에게 지속적으로 전국 최고의 지지를 보내는 곳이 바로 대구다.
장비빨 좋은 이비인후과가 새로 들어서도 허름한 옛날 동네 병원만 찾는 의리의 TK를 서울 깍쟁이처럼 표현하면, 바로 ‘수구’다. “우리가 남이가!”에 집착하는 전근대적, 폐쇄적 의식과 문화, 국힘 간판만 달고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뽑아주는 그놈의 의리를 믿고 국힘은 저토록 오만해진 것이다. 소속 대통령이 두번이나 탄핵당해도 가죽을 벗기는 개혁은커녕, 당에서 대통령감을 길러내긴커녕, 용병이나 업어와 권세누릴 생각에 만날 웰빙당인 것이다.
● 국민 우습게 아는 정치인, 단호히 찍어내시라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DRP)이 3098만 원, 17개 시도 중 32년 째 최하위였다. 1인당 소득이 가장 낮다는 건 아니다. 대구에서 새로 창출된 부가가치의 합을 인구수로 나눈 값이 전국 꼴찌라는 의미다. 국힘을 주구장창 뽑아주고도 받는 건 없으니 대구는 참 ‘속’도 좋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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