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호령하는 에드먼 합류가 ‘코리아 드림팀’의 방점

김형준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2025. 5. 3. 10: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존심 회복 필요한 한국 야구, 내년 WBC 대비 최강 전력 구축 절치부심
이정후·김하성·김혜성 ‘센터 라인’에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 가세하면 막강

(시사저널=김형준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2006년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선수가 유일하게 참가하는 진정한 '야구 월드컵'이다. 일본은 1회(2006)와 2회(2009)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2회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세계 야구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대한민국이었다.

4월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마이매미 말린스와 경기에서 다저스의 에드먼이 연장 10회 승리를 결정짓는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AFP연합

에드먼, 작년 LA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 이끌어

1회 대회 때 한국은 세 번째 만난 일본에 준결승에서 패하기 전까지 6전 전승을 기록했다. 1·2라운드에서 일본을 두 번 모두 꺾었고, 2라운드에서 만난 미국도 제압했다. 박찬호·김병현·최희섭·서재응·구대성·이승엽 등 미국·일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가 총출동한 대표팀은 수준 높은 야구를 선보였고, 세계무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은 2회(2009) WBC 대회는 결승까지 진출했다. 비록 일본에 패해 우승엔 실패했지만, 이 대회를 뛰었던 류현진·오승환·이대호·김광현은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야말로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하지만 그다음 세 번의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3회(2013), 4회(2017), 5회(2023) 대회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2회 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은 3회 대회부터 진심으로 임하기 시작했고, 4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분발은 중남미 국가들에 자극제가 됐고, 일본은 3·4회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5회 때는 오타니 쇼헤이가 나서 최고의 팀을 만들었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같은 대회에서 한국은 연봉이 600만원인 선수들로 구성된 호주에 패해 2라운드도 가지 못했다. 일본과의 라이벌 관계도 무색해져, 프로 선수들이 대결한 경기에서 한일전 9연패가 이어지고 있다. 

허구연 총재가 2022년 부임한 KBO리그는 외형적으론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중계권료도 폭등했다. 젊은 팬들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응원 문화가 만들어졌고,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최초로 도입해, 판정 논란도 없앴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국제대회에서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과 유소년 선수의 감소를 막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두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일본프로야구(NPB)는 야구의 인기를 지키기 위해 국가대표팀에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띄우기에 나섰다. 그 결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가 아니라 일본 국가대표 4번 타자가 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물론 오타니의 등장이 결정적이었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과 2023년 WBC 우승은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야구의 다음 숙제는 국가대표팀의 자존심 회복이다.

내년에 열리는 6회 대회는 1회 대회 이후 가장 화려한 멤버가 기대된다. 중견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격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2루수 김혜성(LA 다저스)의 '히어로즈 트리오'로 센터 라인을 만들 수 있다. 관건은 토미 현수 에드먼(LA 다저스)의 참가 여부다. 어머니 곽경아씨가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대회 참가가 가능한 한국계 에드먼은 지난 5회 대회에서 WBC 대표팀 최초의 한국계 선수가 됐다. 하지만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에드먼도 부진했다. 

그사이 에드먼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에드먼은 2023년 대회 참가 후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고, 지난해에는 손목 수술 여파로 정상적인 출발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7월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됐고, 결정적인 활약으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다저스는 에드먼에게 5년 7400만 달러 계약을 선물했다. 

다저스가 에드먼을 데려오려고 한 건 수년 전부터였다. 에드먼은 수비가 어려운 포지션인 유격수·2루수·중견수 모두에서 준수한 수비를 할 수 있고, 도루 성공률이 현역 1위인 데다, 좌완 킬러라는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승부처에서 강한 클러치 타자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에드먼에 대해 "좋은 선수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건은 마운드…문동주·김서현·소형준 등 '젊은 피' 기대

13개가 한 해 최다 홈런이었던 에드먼은 올해는 24경기 만에 8개를 때려냈다. 에드먼은 "나는 좋은 스윙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 홈런을 노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지만, 다저스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문제를 잡아주고, 중심 이동 시 뒤쪽 어깨가 떨어지는 문제도 교정하자 홈런이 터지기 시작했다. 수비·주루에 이어 타격에서도 엘리트급으로 성장한 에드먼이 내년 WBC에 참가하느냐는 한국 대표팀에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 대표팀의 또 다른 관건은 마운드다. 1회 대회 때는 박찬호·서재응·봉중근·김병현 등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있었고, 2회 대회 때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중심을 잡아줬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류현진은 대회 참가를 희망하고 있지만, 1987년생으로 마흔을 바라보는 투수에게 1선발을 맡기는 건 무리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일본이 지난 대회 때 했던 마운드 구성 방식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맞서려면 구위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수 선발의 1차 기준은 구속이었다"고 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 투수들의 구속은 미국 투수들보다 빨랐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키운 타자들에게 맞서려면 강속구가 필요하다. 이를 두고 '구속 혁명'이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구속 혁명의 시대를 따라가고 있다. 문동주·김서현(한화 이글스)을 필두로 빠른 공을 던지는 어린 선수들이 등장했다. 소형준(kt 위즈)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우완 류현진'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 지난 대회에 참가했지만 인상적이지 못했던 소형준은 그사이 토미존(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WBC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젊고 구위가 좋은 투수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지난 대회 우승은 4회 대회(2017) 실패 후 6년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대표팀 승선이 가능한 한국계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에드먼과 함께 롭 레프스나이더(보스턴 레드삭스), 미치 화이트(SSG 랜더스), 조 로스(필라델피아 필리스),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도 참가가 가능한 한국계 선수들이다. 특히 가장 인지도가 높은 에드먼이 2회 연속 참가를 결심할 경우,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야구와 어떤 모습으로 맞서느냐는, 한국 야구의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도, 근간을 흔드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