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파기환송’에 총력전 펴는 민주… 이재명은 묵묵히 지역·민생 행보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2일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파기환송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던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이른바 ‘반(反) 이재명 빅 텐트’의 포석을 깔며 대선판의 흐름이 출렁이자 민주당도 긴장하며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와 별개로 이 후보는 예정대로 ‘골목골목 경청투어’ 일정을 소화하며 파기환송 논란과 거리를 두고 민생·경제 행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관탄핵까지 시사… 삼권분립 부정 주장도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법관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약 40명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사실 민주당이 안일했다. 우리가 ‘대법원은 각성하라’고 규탄하자고 외쳤지만 사실은 탄핵하자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핵소추권을 통해 (법관들을) 최소한 직무정지는 시킬 수 있다”며 “더는 망설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불과 30일 앞둔 이 시점에 국민 선택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사법 권력을 이용해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는 무도하고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적인 시도를 단호히 차단하고 저지해야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쪽에서는 “삼권분립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가 아닌가”라는 주장까지도 나왔다. 민주연구원 박진영 부원장은 전날 CBS 유튜브에 출연해 이 같은 주장을 펴며 “이제 ‘임명 사법부’에서 (선출 사법부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행정부와 입법부는 선출된 권력이지만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좀 더 공화적이고 조심스럽게 합의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걸(이 후보 상고심을) 자기들(사법부)이 국회가 하듯 정파적으로 결정해버렸다. 이렇게 할 거면 사법부가 왜 필요한다”라고 물었다. 이어 “윤석열정부 들어 극단적인 사람들을 막 집어넣는 게 책임정치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법관도 그런 사람들을 집어넣은 것”이라며 “제가 봤을 때 저 사람들은 전부 다 대법관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없애야 하는가 아니면 국민이 사법부의 주인이 돼야 하는가’(를 두고) 서구의 민주주의보다 발 빠르게 고민해볼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파기환송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한 데 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이던 재판의 진행을 정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고 처리를 서둘렀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로 회부하는 안을 표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서도 재석위원 16인 중 찬성 11인, 반대 5인으로 가결돼 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은 소위를 거쳐 다음주 중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칙으로는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조항과 ‘이 법은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당선 이전에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이 형사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형사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해석상의 논란을 차단하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모두 중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 위원장도 대법원 판결을 직격했다. 정 위원장은 대법원을 향해 “12·3 내란 사태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때는 아무 말도 못하다가 국민의 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헌법 제 67조 조항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는 판결은 서슴없이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당과 선대위 대응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민생·경제 행보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전날 파기환송 결정으로 선거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단은 예정된 ‘경청’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이날 ‘골목골목 경청투어’ 이틀차 일정으로 강원도 접경지역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철원에서 시민들과 만나 “경제가 나빠진 것은 정치를 못 하기 때문이고, 정치가 잘못된 것은 정치인들이 잘못됐기 때문이며, 정치인들이 잘못된 것은 잘못된 정치인들이 뽑혔기 때문”이라며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선거는) 내 삶과 우리 자식의 인생을 결판나게 하는 심부름꾼, 일꾼을 뽑는 것이므로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내에서 ‘대법원이 보수 진영과 짜고 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재판도 모두 정지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는 데 대해서는 “재판이 정상적으로 제대로 진행됐는지는 재판 받는 제가 말할 건 아니고 국민이 상식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응 역시 일선 선수인 제가 뭐라고 할 건 아니고 당 선대위와 원내에서 잘 대응할 거라 생각한다”고 거리를 뒀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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